태안 기름 유출 사고 피해 어민 대표 20명이 서울에 있는 삼성중공업 본사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란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피해 대책과 더불어 ‘풍랑주의보에 의해 악화된 기상 상황을 알았는데도 무모하게 선박의 운항을 계속하도록 결정한 이유’를 묻겠다고 한다. 말을 하지 않는 것과 이유가 없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은 건지 말할 수가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세상 사람들은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 나름대로 이유를 붙여 주장을 만든다. 그 주장은 때로 ‘진실’이, 때로는 ‘음모’가 된다.

태안 관련 동영상이 화제다. 지난 1월7일 ‘제닉스’라는 한 네티즌은 자기 블로그(http://xenix.egloos.com/1695623)에 ‘태안 사태는 조작이다. 1부-삼성호는 일부러 유조선을 들이받았다’라는 제목으로, 자기가 직접 태안으로 내려가 주민과 인터뷰한 내용을 촬영해 올렸다. 이어 약 네 시간 후 ‘태안 사태는 조작이다. 2부-초동 대처를 누군가 방해했다’라는 제목으로 또 한 편의 동영상을 올렸다. 제닉스는 두 편의 동영상을 통해 “삼성 중공업의 배는 내륙 쪽 순풍 방향으로 배를 돌려 돌아가는 것이 맞는데, 앞이 잘 보이는 그 환한 때 굳이 외겹 유조선이 있는 쪽으로 바람을 가르며 올라간 점을 보면 조작 미숙이나 실수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라는 점과, “방제업체가 분명히 사고 대처에 필요한 1.5km의 오일 펜스 중 750m를 보유하고 있으며, 타 업체에도 오일 펜스가 있으니 닻만 준비하면 바로 제공하겠다고 말했으나 해경 회의에 들어갔다 온 후 해경에서 오일 펜스를 제공하지 말라고 했다더라”는 정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오일 펜스로 막기만 했어도 금방 방제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초기에 안일하게 대처했는지 알 수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두 동영상은 마치 바다에 쏟아진 기름처럼 인터넷에 퍼졌고,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납득이 된다’는 응원과 ‘어이없는 음모론이다’라는 비난으로 공방을 벌였다.

당사자는 1월9일 자기 블로그에, 일련의 동영상을 통해 사람들이 삼성중공업과 태안 사태에 대해 생각해주기를 바랐다는 본연의 취지를 설명하며 언론이 사태의 원인 규명에 좀더 밀착된 관심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그는 ‘언론사라면 그때의 정황을 재현해서 좀 더 정확한 좌표와 실체적인 증거를 갖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라고 밝혔다.

‘덕분에 태안 사건이 삼성(중공업)과 관련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어느 네티즌과, ‘아무러면 사람의 목숨을 걸고 그런 자작극을 벌였겠느냐’며 선동적인 음모론은 그만두라고 질타하는 네티즌이 팽팽히 갈렸다. 비록 판단은 다를지언정 그만큼 사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는 얘기이다.

기자명 김홍민 (출판사 북스피어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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