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 기자입니다. 몇 년 전 조용기 목사를 비판했더니 신도들이 몰려와 ‘주 기자를 죽이자!’라고 외치더군요. 그래도 ‘소 기자’나 ‘안 기자’보다는 기자다운 이름이라고 위안을 삼습니다. 이름 따라 간다는 말이 있죠? 그래서인지 ‘죽이는’ 기사만 씁니다. 상대방에게 욕을 먹거나 협박당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조폭들이 쓰는 ‘포를 뜬다’느니 ‘파묻겠다’느니 하는 말도 익숙합니다. 조폭이 협박하면 지금은 바쁘니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3시에 보자고 하는 것으로 정리합니다. 물론 아무도 나오지 않지요. 기사에 언급된 한 방송사 간부는 소장에 저를 이렇게 적었더군요. ‘상종할 수 없는 최악질 꼴통 기자.’

어쩔 수 없이 소송과는 친구처럼 지냅니다. 항상 소송을 염두에 두고 기사를 씁니다. 소송에 걸릴 기사만 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제 소송만 가지고 논문을 쓰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지금 걸려 있는 게 다섯 건인지, 여섯 건인지…. 기자 가운데 최고 몸값(소송액 기준)이 된 건 2004년 이후로 기억합니다. 고문 변호사인 조용환 변호사는 “주 기자가 사고를 쳐야 우리가 먹고산다”라고 격려해주십니다(차비만 받고 소송을 맡아주시는 변호사님들, 정말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시사IN 양한모

법조인(피고인)으로 산다는 것은 여간 불쾌한 게 아닙니다. 형사소송을 당하면 피의자 신분으로 검사와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돈은 고소인이 받았는데, 조사는 제가 받습니다. 조사실에서 저는 제일 취재 못하고 기사 못 쓰는 기자가 되어 있습니다. 고소인의 죄가 명확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부터 저를 조사하는 소송입니다. 문제는 민사 소송입니다. 법원은 명예훼손 소송에서,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명예훼손이 인정된다면서 보상하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소송에서 99%를 이기고 1%를 지더라도 큰일입니다. 배상액 1000만원, 2000만원은 〈시사IN〉같이 작은 매체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BBK 건을 수사한 검사 10명과도 재판 중입니다. 최근 검찰이 에리카 김씨의 죄를 묻지 않겠다고 했더군요. 그녀의 말과 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써서 소송당한 저는 재판에서 어떻게 될까요? 질 확률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소송은 생활입니다. 돈을 물어주고서라도 기사를 쓰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젠 좀 지치네요. 지저분해서 쳐다보기도 싫네요. 떠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데 진짜 ‘죽이는’ 기사를 쓸 욕심에 오늘도 이렇게…. 저, 철이 들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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