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의 우주 우석영 지음/궁리 펴냄 철학은 어렵고, 그래서 특별한 걸까?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거쳐 오랜 기간 사회학과 문학·철학을 두루 섭렵하며 동서양의 사상을 연구해온 저자는 철학의 범주를 확장한다. 특별한 사상의 한 조각에 집중하지 않고,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과 단어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예를 들어 老(늙을 노)자를 살펴보자. 이 글자는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고 있는 사람’을 그린 그림문자로 고대에는 신을 모시는 사람만이 머리를 기를 수 있었다. 따라서 이 글자는 본래 신을 모시는 특권을 지닌 특정인을 가리키는 낱말이었다. 예전에는 노인도 아무나 될 수 없었던 셈이다. 젊음이 지(知)에 도달해 성숙한 단계가 바로 이 글자를 뜻한다. 이처럼 110개 주요 한자어를 선정해 그 쓰임과 의미를 추적하고 지금 우리에게 그 글자가 어떤 의미인지를 톺아본다. 마치 어린아이가 글을 처음 익힐 때 하나의 단어를 꾸준히 반복하고, 그 과정을 통해 언어를 살피는 것처럼. 그렇게 저자는 자연스럽게 ‘철학하는’ 방법을 권한다. 책은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인지, 스스로 물어본 적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는 ‘초대장’이기도 하다. 각 장의 도입부에는 왕희지·김정희·한석봉 등 옛 명필가들의 서예 작품으로 글자를 실었다. 명필을 감상하면서 이들이 글자의 형상을 보는 저마다의 관점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정수복 지음/문학동네 펴냄 사회과학자로 환경운동을 하며 현장 활동과 연구를 꾸준히 병행해온 저자는 새로운 삶을 모색하기 위해 2002년부터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는 이제 산책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그의 새로운 직업은 ‘전문 산책자’. “사회와 체제가 요구하는 속도가 아니라, 나의 요구에 맞춰 자신의 리듬으로 걷는 산책을 하면서 ‘나만의 순간’을 얻는 것이 가장 큰 삶의 과제이다.” 그에게는 속도에 얽매이지 않는 프로방스야말로 산책자를 위해 만들어진 마을이었다. 프로방스는 오후 1시가 되면 상점도, 거리도, 사람도 일시 정지한다. 모두가 까무룩 낮잠을 자는 시간. 그는 그곳을 걸으며 프로방스 산책일기를 꼼꼼히 기록했고, 책은 그 결과물이다. 그는 프로방스를 산책하는 일이 ‘완전한 휴식’이라는 최상의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책은 프로방스에서 한 시절을 보낸 예술가들과, 지금 프로방스를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그는 빈센트 반 고흐가 프로방스를 산책하는 동안 계속 말을 걸어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당장이라도 그가 걸었던 프로방스를 걷고 싶어진다.

 

우리는 왜 아플까 대리언 리더·데이비드 코필드 지음/배성민 옮김/동녘사이언스 펴냄 일반 병원에서 의사의 환자 진료 시간은 길어야 3분. 아픈 이유도 지겹게 늘 뻔하다. 피곤해서, 스트레스로, 환절기라…. 그러나 책은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으로 질병을 바라보라고 한다. 그리하여 당신이 지금 왜 아픈지 궁금하다면 먼저 당신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생강 천운영 지음/창비 펴냄 실재했던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소설 속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천운영의 두 번째 장편소설 〈생강〉은 쫓기는 고문기술자 아버지와 아버지 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안에 내재한 폭력과 욕망에 대해, 인간의 맨 얼굴을 치밀한 문장으로 들여다본다.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버트런드 러셀 지음/이순희 옮김/비아북 펴냄 1970년 98세를 일기로 작고한 러셀을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가. 그는 당대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였고 수학자이자 교육 혁신가였다. 또한 평화와 시민권과 인권을 부르짖은 운동가이기도 했다. 러셀의 에세이 모음집을 통해 우리는 좀 더 다양하게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우리 공장은 소설이다 실뱅 로시뇰 지음/이재형 옮김/도서출판 잠 펴냄 1967년 9월18일 오전 8시30분, 프랑스 제약산업의 심장부이자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던 로맹빌 노동자들의 대화로 소설은 시작된다. 이들에게는 68혁명의 기쁨도 잠시였다. 1967~2007년 노동자의 삶이, 개인과 조직이, 정치와 사회가 촘촘하고 간결하게 읽힌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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