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순복음교회 목사가 일본 지진 피해에 대해 몇 마디 던졌다가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조 목사는 3월13일 “(일본 지진은)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성광 강남교회 목사는 “일본이 세계에서 제일 교만하고 우상과 귀신이 많은 나라인데 (지진 이후로) 체질 개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교했다.

겨우 몇 시간 뒤 먼 나라 미국에서는 (오바마의 가장 강력한 적으로 불리는) 시사 평론가이자 개신교 근본주의자인 글렌 벡이 “국가적인 재앙은 하나님의 일이다.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다”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으니, 이는 결국 세 사람의 높은 영(靈)‘빨’이 맞아떨어져 전 지구적인 동기화를 이루어낸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높은 데에 호산나!

한국의 밤 풍경을 수놓는 ‘좌빨’ 색깔 십자가들이 대변하듯, 개신교와 한국 사회를 따로 떨어뜨려놓고 사유하기란 애초부터 어려웠다. 일본 지진과 관련한 주류 교회의 망언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한국 사회를 유린하고 통제해온 그간의 시각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되풀이된 것이었다.

이제는 한국 정치 또한 공공연하게 개신교에 포섭된 듯 보인다. 조용기 목사가 “(이슬람 채권법이 강행되면) 이명박 대통령을 하야시키겠다”라고 공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 중 무릎을 꿇고 통성 기도를 올렸다. 기독교가 국교이다시피 한 미국에서조차 종교에 관한 대통령의 태도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닉슨 전 대통령은 하야를 결정한 마지막 날 밤 백악관에서 키신저와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 일로 두고두고 놀림감이 되었다.


개신교가 사람들 입에 유독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노무현 정권 들어서부터다. 한 손에 십자가, 다른 손에 성조기를 든 사람들이 교회와 구국의 이름으로 광장에 쏟아져 나왔다. 이전까지 적어도 교회 안에서만 오고가던 중세 수준 근본주의 궤변들이 담장 너머로 흘러나온 것이다.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정치적 대안 세력으로 세를 불린 주류 교회는 이명박 정권에 이르러 결실을 얻었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위원 24명 중 4명이 소망교회 출신이었다. 이명박 정권 3년차를 통과하면서 “사찰을 무너뜨려 달라”는 기도는 ‘사찰 밟기’로 발전했고, 인도네시아 쓰나미를 하나님의 뜻으로 해석했던 논리는 일본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통령 개인이 신앙인인 건 중요하지 않다. 교회가 대통령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세계 최대 교회 50개 가운데 23개 보유

예루살렘의 외적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그 안의 제사장과 서기관들의 비리를 간파하지 못하는 제자를 보고 예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가 이 큰 건물을 보느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지리라”(마가복음 13:1-2). 그 예수를 믿는다는 한국의 주류 교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수 믿는 사람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 사탄이 하는 거짓말이다. 아브라함도, 이삭도, 야곱도 거부였다”(조용기 목사). “예수님은 가난하지 않았다. 예수님과 요셉은 가구를 잘 만들었다. 그래서 많이 팔렸을 것이다. 더군다나 치유 사역을 했기에 헌금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가난은 저주다”(하베스트샬롬교회 홍정식 목사).

‘일부’ 교회 문제로 전체를 호도하지 말라는 익숙한 변명이 반복되어왔다. 물론 개신교라는 이름 아래 기독교윤리실천운동·교회개혁실천연대 등 이른바 진보적 복음주의 그룹과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잔존한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최대 교회 50개 가운데 무려 23개를 보유한 초강대 개신교 국가다. 그들이 정치·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연 일부는 어느 쪽인가.

기자명 허지웅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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