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김앤장〉 임종인·장화식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역사상 최대의 거짓말이 있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 법은 돈과 권력을 지닌 사람의 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하나가 더 필요하다. 한국에서 법을 내 편으로 만들자면 돈과 권력 외에 김앤장이 필요하다. 투기성 사모펀드 론스타가 자산 규모 62조원 이상인 외환은행을 ‘단돈’ 1조3833억원에 사들일 때,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때 김앤장이 있었다.

대북 송금 사건, 대선 비자금 사건, 기업 비자금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김앤장의 활약이 눈부셨다. 진로그룹과 골드만삭스가 분쟁을 벌이고 SK그룹과 소버린이 분쟁을 벌일 때는 양 소송 당사자를 모두 변호하기까지 했으니, 이만하면 누구 말대로 공무원만 영혼이 없는 게 아니다.

이렇게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 즉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파헤친 이 책에서 먼저 궁금해지는 건 다분히 ‘신자유주의적인’ 관심이다. 도대체 그들은 얼마나 벌까? 김앤장의 개인별 급여를 보면 연봉 10억원 이상 변호사가 54명, 연소득 6억원 이상 변호사가 114명이다. 매출액도 연 35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2위 로펌인 태평양보다 세 배 이상 많다.

그렇다면 김앤장 변호사들의 능력이 이런 고액 수입에 맞게 다른 변호사보다 월등한 걸까? 한 가지 단서는 김앤장에 경제 관료를 포함한 많은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문, 전문위원, 실장 따위 직함으로 김앤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밥만 축내지는 않을 것이다. 요컨대 관료사회의 주요 포스트에 영향력을 미치면서 투기자본-법률 엘리트-정부 관료로 이어지는 ‘철의 삼각동맹’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김앤장 변호사가 아니라 김앤장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봐야겠다. 그 능력이라는 게 법률적 능력이 아니기는 하지만 말이다. 김앤장은 차라리 ‘해결사’의 모습에 가깝다. 대기업들에 ‘휴대전화 문자 해고’와 노조 간부 처벌을 위한 고소·고발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해주는 친절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이 또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교묘하고 집요하게 노동조합을 탄압하도록 조언하는 새로운 법률 사업 영역을 개척한 셈이다. 휴대전화 문자 해고도 법률적 효력을 갖는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해 상이라도 줘야 하나?

ⓒ시사IN 안희태론스타 의혹과 관련해 김앤장을 압수 수색하라는 시위(오른쪽)가 잦았다.
‘철의 삼각동맹’의 중심에 서다

김앤장의 문제점에 맞선 대안은 무엇일까? 책에 따르면 김앤장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우선 중요하다. 예컨대 형식은 합동법률사무소, 즉 개인사무소의 집합체이지만 국세청에는 ‘공동 사업자’로 신고되어 있으며 2005년 기준으로 대표자 112명이 모인 단일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변호사법과 세법이 정한 규제를 피하는 교묘하고 알쏭달쏭한 조직 형태부터 정리하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사실상의 압력과 로비를 위해 고위공직자 영입을 중단하고, 해외 투기자본에 조언을 해줄 경우에도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김앤장 바깥에서 해결해야 할 일로는 △로비스트법 제정 △변호사 수임료 상한선, 변호사 수임 건수, 금액 등을 변호사협회에 신고하고 일반에 공개해야 하며 △론스타 게이트와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철저한 수사 등을 제시한다.

보이지 않는 권력을 보이게 하겠다는 저자들의 목적은 달성된 걸까? 간판 하나 달려 있지 않다는 김앤장 건물이 상징하듯, 김앤장의 실체를 속속 파헤친다는 건 지금으로서는 달성하기 힘든 일인 듯싶다. 다만 ‘경제 관리를 담당하는 공적 권력과 사적 이익이 거래되는 영역에 대한 사회 감시는 사실상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 책은 그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예’이다.

기자명 표정훈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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