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이 인터뷰는 지난 3월17일 밤 진행되었습니다. 3월17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또다시 검찰에 소환되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을 상대로 그림 로비와 청장 연임 로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과정의 직권남용 의혹 등을 조사했다. 나아가 한 전 청장의 개인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24일 귀국한 한 전 청장은 검찰에 세 번 소환되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최윤수 부장)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전 청장 집과, 로비에 사용된 그림의 구입처로 알려진 서미갤러리 두 곳을 압수 수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전 청장과 주변 인물 등에 대한 계좌추적에는 나서지 않는 등 진짜 수사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2년 전인 2009년 3월 인사 청탁, 유임 로비 따위 혐의가 드러났지만 검찰은 한 전 청장의 출국을 방관했다. 2009년 11월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한 전 청장의 의혹을 담은 문건을 공개했다. ‘국세청이 MB 파일을 만들었다’ ‘한 청장이 박연차 세무조사를 청와대에 직보했다’ ‘도곡동 땅은 이명박 대통령 소유다’ ‘한 청장은 이상득 의원에게 로비해 살아남았다’ ‘한 청장이 인사 대가로 3억원을 요구했다’…. 하나같이 중대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한 전 청장을 부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소유 의혹이나 학동마을 그림 로비 의혹, 태광실업 세무조사 의혹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깃털만 건드리는 형국이다. 몸통은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조우혜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는 “검찰이 한상률을 수사하는지, 안원구를 수사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3월17일 검찰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안원구 전 국장도 소환했다. 한상률 전 청장 귀국 이래 세 번째 소환이었다. 검찰은 한 전 청장과 안 전 국장의 진술이 서로 엇갈려 대질 조사를 벌이려고 했지만, 대질이 이뤄지지 않았다. 3월17일 밤 안원구 전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50)에게 검찰 수사에 대해 물었다. 한 전 청장 귀국 이후 언론 인터뷰에 처음 응했다는 홍씨는 “한상률을 수사하는 것인지 안원구를 수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입을 열었다.

한 전 청장 수사와 관련해 안 전 국장이 검찰에 세 번째 소환됐다. 안 국장이 한상률(전 청장)과 직접적으로 연루된 일은 없다(홍혜경씨는 남편을 ‘안 국장’이라 지칭했다). 안 국장은 그림 로비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검찰로부터 이에 대한 질문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연임 로비를 위한 골프 회동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 그러나 한상률이 연임을 위해 10억원을 상납해야 한다면서 3억원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겪어서 알고 있다. 한상률이 태광 수사에 나선 주변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안 국장이 작성한 문건에도 나와 있다. 검찰에 압수 수색당한 이 문건은 안 국장이 아는 것, 들은 것, 누구에게 파악한 것을 그대로 적어놓은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하기만 하면 간단하다. 하지만 안 국장은 “검찰이 한상률을 수사하는 건지 안원구를 수사하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하더라.

한 전 청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인가? 2009년 11월2일 안 국장은 압수 수색과 동시에 출국금지를 당했다. 그리고 검찰 소환 한 번 없이 긴급 체포됐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한상률의 경우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여러 건 고발을 당했다. 검찰이 귀국을 종용했지만 거부하다가 이제야 들어왔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누가 더 큰가? 누구의 의혹이 더 큰가? 최소한 검찰 수사의 원칙과 기준은 공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수사 때는 검찰이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한 청장 수사에서는 주변은 아무도 안 뒤지고 검찰이 안 국장 입만 보고 있다. 입을 막으려는 것 같다. 안 국장 수사와 한 청장 수사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시사IN 조남진검찰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가운데)을 세 번째 소환했지만 한 전 청장의 계좌 추적도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안 전 국장에게 조사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림 로비에 대한 질문은 아예 없었다고 들었다. 문건에 있는 내용 중 태광실업 건과 도곡동 땅, 연임 로비 의혹에 대해 반복해서 묻는다고 한다. 그런데 한상률과 관련된 내용은 빼고, 그때 안 국장이 뭘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만 따지고 든다고 한다.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검찰 브리핑에서 안 전 국장의 일부 진술이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검찰이 안 국장의 문건도 사실과 다르다고 브리핑했다고 들었다. 검찰 브리핑하는 걸 보면 한상률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안 나오고, 안 국장 이야기만 나온다. 검찰이 한상률을 살리기 위해 안 국장 말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시소게임 내지 일종의 작전을 펴고 있다고 본다. 안 국장 입만 막으면 한상률 게이트는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상률 게이트에 간여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안 국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참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상률 사건’이 ‘안원구 사건’이 되어가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안원구 사건이 되어간다고 보는가? 안 국장의 문건 내용을 다 덮고 가려는 것이 아닌가? 한상률의 개인 비리가 있음에도 검찰이 한상률 심기를 건드리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검찰이 한상률을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한 청장은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의 재산 조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다. 한상률이 실세에게 유임 로비를 한 부분도 명확하다. 도곡동 땅이 누구 소유냐하는 문제는 국민이 다 아는 사소한 거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일들이 드러나게 되는 게 두려운 거 같다. 안 국장은 참고인이다. 검찰은 문건에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제대로 확인해보면 된다. 국세청은 보고할 게 없다는 내용도 문서로 남기는 조직이다.

안 전 국장은 문건에서 한 전 청장 개인 비리에 대해 많은 내용을 언급했다. 검찰이 개인 비리로 몰고 가면 한상률이 이를 다 감수하면서 정권과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검찰은 ‘계좌 추적을 해서 한상률이 화나면 어떡하나’라고 걱정하는 것 같다. 돌아가는 걸 보면 검찰 수사는 결국 면죄부 수사로 끝날 것 같다. 다만 마무리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가 남아 있다. 한상률은 개인 비리로도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기소는 하되, 재판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실컷 떠들다 그만두는 식이 될 듯하다. 수사가 핵심으로 갈 것 같지 않다.

오늘(3월17일) 한 전 청장과 안 전 국장의 대질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대질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대질을 하게 되면 안 국장이 한 청장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돌발 상황에서 진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공개 대질을 했으면 좋겠다. 안 국장이 지금까지는 검찰이 묻는 말에만 답했다. 안 국장은 토씨 하나 빼거나 보태는 사람이 아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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