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송을 끝으로 긴 시간 함께 했던 PD 수첩에서 이제 물러납니다. 어려웠지만 진실과 열정을 쏟았던 시간으로 기억될 겁니다(문지애 아나운서).” 

“제가 PD수첩 진행을 맡은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1년 ‘검사와 스폰서’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4대강 수심 6미터 비밀’ 등 우리 사회 중요한 일들을 전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저는 잠시 PD수첩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시청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홍상운 PD).”

3월15일 〈PD수첩〉 893회 방송을 끝으로 홍상운 PD가 물러났다. 그러나 〈PD수첩〉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월16일 ‘PD수첩 사수, 언론자유 수호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 5당과 참여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기자협회·언론노조 등 240여 개 노동·사회·언론 단체가 참여했다. MBC 시사교양국 PD들도 ‘윤길용 신임 시사교양 국장’의 퇴진과 ‘PD수첩 죽이기 인사 철회’를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결의했다. 

ⓒ시사IN 윤무영3월16일 ‘PD수첩 사수, 언론자유 수호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앞서 PD수첩의 간판 PD인 최승호 PD는 주부 대상 아침 프로그램으로 발령이 났다. 제작진 11명 가운데 6명이 바뀌었다.  대규모 솎아내기 인사에 앞서 연임이 확정된 김재철 사장은 〈PD수첩〉이 속한 시사교양국을 편성제작본부로 이관했다. 원래 시사교양국은 ‘드라마국’ ‘예능국’과 함께 제작본부 소속이었다. 그런데 제작본부를 ‘드라마예능본부’로 축소시키고 시사교양국만 따로 떼어 편성제작본부로 옮긴 것이다. 그동안 MBC는 제작과 편성 분리 원칙에 따라 제작 부서를 편성본부로 옮긴 적이 없었다. 이를 두고 MBC 내부에서는 ‘PD수첩 통제용’ 조직 개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재철 사장과 고등학교 대학 동문인 윤길용 신임 시사교양국장이 취임한 뒤 〈PD수첩〉은 아이템 제재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3월8일  ‘생생 이슈’ 코너에 방송될 예정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조찬기도회 무릎 기도’ 취재가 윤 국장의 지시로 중단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된 3월15일 〈PD수첩〉은 일종의 ‘고별 방송’인 셈이다. MBC 노조는 3월3일 이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는 임단협 파기와 관련해 MBC 노동쟁의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바 있어 MBC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면 합법적인 파업도 가능해졌다. 노조는 회사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3월 중 파업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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