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덕씨(53)는 방송작가계에서 ‘전설’로 통한다. MBC 라디오 〈싱글벙글쇼〉의 대본을 20년 넘게 집필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최고 반석’에 올려놓았고,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전파견문록〉 등 텔레비전까지 넘나들며 종횡무진 ‘보이지 않는 글발’을 날렸다. 지난해 〈뉴스데스크〉 40주년 특집방송 대본을 집필한 이도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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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요즘 일반인에게 ‘글쓰기’ 강연을 펼치고 있다.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이 주최하는 ‘박경덕의 문화컨텐츠 스토리텔링’을 통해서다. 이 강연에서 그는 글이 아닌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글이 생각을 전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 봅니다. 마음을 전하려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 이게 이야기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강연이 인기를 끈 것도 마이클 샌델이 이야기를 통해 생각을 전했기 때문이죠.”

그는 잘 놀고 잘 쉬는 ‘놀쉬돌’이기도 하다. 오랜 방송작가 생활로 피폐해진 몸을 ‘살리기 위해’ 산에 오르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서울 부암동에 작업실을 두고 10년째 기거하는 것도 가까운 ‘삼각산’을 자주 찾기 위해서다. 그는 전국을 돌며 웬만한 팔도 막걸리를 다 마신 ‘막걸리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와 대화를 나누노라면 산이면 산, 술이면 술, 이야깃거리가 떨어질 줄 모른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란 이렇게 잘 놀고 잘 쉬는 가운데 나오는 것일 게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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