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입사한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사진)은 현역 시절 종교 고발 프로그램으로 유명했다. 〈PD수첩〉 창립 멤버였던 그는 일력 스님의 두 얼굴을 다룬 ‘소쩍새 마을의 진실’ 편으로 주목을 받았다. 1999년 그가 제작한 ‘이단 파문 이재록 목사’ 방송으로 신도들이 MBC 주조정실에 난입해 방송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또다시 〈PD수첩〉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이번에는 반대 방향이다. 3월9일 윤 국장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자 그는 “(시사교양국 PD들과 한) 면담에서 할 이야기 다 했다”라고 말했다. 전화 통화로 그와 짧게 몇 마디를 나눴다.

ⓒMBC노조 제공
이번 〈PD수첩〉 인사를 두고 시사교양국 PD들이 반발하고 있다. 변화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바깥에서 보는 시선이 있겠지만, 변화라는 기준에 따라 한 일이다(그는 PD들과 면담에서 “〈PD수첩〉의 참과 진실에 대해 희석시키자는 것이 솔직한 속내”라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과 고등학교·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윤 국장이 〈PD수첩〉을 무력화하려는 인사에 앞장섰다는 말도 있다. 인격 모독이다. 다 내가 한 인사이다. 김재철 사장은 최근에 만난 적도 없고, 공정하게 잘하라고 했다(이진숙 MBC 홍보국장도 “MBC 경영진이나 회사 측에 〈시사매거진 2580〉 〈PD수첩〉은 MBC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이다.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사교양국 총회에서 “최승호 PD는 유능하지만 정치색이 과도하다”라는 말도 나왔다는데.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니고, 시사교양국 3부장이 한 말이다. (최승호 PD가) 이렇게 되어 좀 안타깝지만 부담감에다 밑에 후배들 십자가까지 져서 힘들었을 것이다. 쉴 틈과 휴식을 주려고 한 측면이 있다. 총회에서 “〈PD수첩〉 PD들의 출세를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라는 말도 했는데. 시사교양국 PD들이 프로그램 90% 이상을 차지하고 열심히 일하는데 대접받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서 (국장으로) 있으면서 그런 부분 신경을 쓰겠다는 뜻이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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