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에게 너무나 배려 없는 한국 사회를 약간 업그레이드하는 판결을 우리가 이끌어낸 것 같아 뿌듯하다.” 미얀마(버마)인 이주노동자 소모뚜 씨(36·왼쪽)와 아웅틴툰 씨(35·오른쪽)는 3월3일 한국 대법원에서 최종 난민 인정 판결을 받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다양한 사정 때문에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왔다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떠도는 수많은 난민 신청자의 불우한 처지가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각각 20대 초반에 여행비자나 산업연수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두 청년은 한국에서 늘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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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매달 한 차례씩 서울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벌이는 민주화 시위 배후에도 이들이 속한 ‘버마행동한국’이 있다. 한국 이주노동자로서의 삶을 몸소 체험한 두 사람의 활동은 비단 조국의 민주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터넷 이주노동자 방송(MW TV)을 개설해 ‘이주노동자 인권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 이 방송 대표이기도 한 소모뚜 씨는 “이주민이라 해서 기죽을 필요 없이 함께 뭉치면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받고 살아갈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권 바뀔 때마다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관심과 무관심이라는 냉온탕을 오가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아쉽다”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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