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대학에 입학한 문씨는 스스로 ‘대학 부적응자’임을 고백한다. 88만원 세대 속 ‘문제적 개인’이었다. 고향 제주도의 너른 경치를 떠나 서울에 잡은 원룸은 너무 비좁고 비쌌다. 회화를 전공하는데 왜 토익을 공부해야 하는지 당최 알 수 없었다. 이름 있는 갤러리나 큰 대회에 입상해야 입성할 수 있는 주류 화단에도 짜증이 났다. 이다혜씨는 대학 시절 등록금을 버느라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어느 날 문씨는 도서관에서 〈1968년의 목소리〉를 읽고 ‘68혁명’의 도시 파리가 궁금해졌다. 본인만의 혁명을 하고 싶었다. 두 사람은 6개월간 편의점, 술집 등을 전전하며 받은 최저임금을 모았다.
그렇게 무작정 떠난 파리에서 그들은 유학생도 아니고, 관광객도 아닌 모습으로 일상을 살았다. 아틀리에에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미술관에 갔다. 유럽의 1000유로 세대와 예술과 삶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거나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대안 여행’을 했다. 자발적 불법체류자로 산 240일은 얼마 전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라는 책으로 묶였다.
파리에서 그들이 발견한 건, 가치 지향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확신이었다. 돌아온 뒤에도 타이 등지에서 열리는 난민을 위한 아트 워크숍에 참가하고, 개인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만의 혁명은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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