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에리카 김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고 잠적했다. 검찰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검찰의 회유 메모가 공개되자 검찰은 에리카 김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압박했다. 에리카 김씨도 겁을 잔뜩 집어 먹었다.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져 에리카 김씨는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동생 김경준씨가 검찰에서 시달리는 것도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한글을 삐뚤빼뚤 쓰는 것처럼 경준이는 한국에서는 초등학생이다. 검찰이 이러자고 하면 이러고, 저러자고 하면 저러는 어린애다. 메모가 나와서 자존심을 다친 검찰에게 당할 경준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에리카 김씨는 자신의 법률사무실에 출근하는 정상 생활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운동도 열심히 한다. 에리카 김씨는 검찰이 소환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송환, 그게 뭔데?”라고 말한다. 에리카 김씨는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특검이 에리카 김씨를 송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검에서 불러도 올 가능성이 적다. 우선 에리카 김씨는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다”라며 한국에 오는 데 거부감이 크다. 또 에리카 김씨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이명박 당선자가 원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세간의 입살에 오르는 것이 당선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BBK 수사 검사들이 〈시사IN〉과 기자를 고소한 것에 대해서 메모를 제공한 에리카 김씨는 “한국에서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 명예훼손이 되는가. 검찰이 언론을 고소하는 것과 형사가 아닌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