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앨런 스펙터 상원의원은 2009년 4월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상원의원의 당적 변경은 미국이 상원을 직접선거로 뽑은 1913년 이후 열세 번밖에 없었다. 더욱이 당시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마저 무력화시키는 ‘슈퍼 60석’을 달성했는데, 이 역시 스펙터 의원이 당적을 옮기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여러모로 미국을 놀라게 한 ‘쇼킹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쇼크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정치인의 관계망을 분석하는 일군의 네트워크 연구자였다. 사회학자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와 정치학자 제임스 파울러는 스펙터 의원이 공화당 시절부터 민주당 의원들과 대단히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법을 부린 것도, 정치부 기자가 종종 의존하는 ‘고급 정보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법과 정보원을 대신한 것은 ‘네트워크 분석’이다. 두 학자는 미국 상원의원 100명이 동료 의원과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함으로써 맺는 관계망을 분석해 ‘법안 발의 네트워크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에서 개별 의원은 ‘점(노드)’, 법안을 함께 발의한 관계는 ‘연결선(링크)’으로 표시했다. 법안 공동 발의 횟수가 많을수록 점은 커지고 연결선은 늘어났다. 법안 발의를 자주 함께한 사이일수록 지도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이렇게 해서 상원의원 100명의 정보를 모았더니 상원의원 간의 관계망을 보여주는 네트워크 지도가 탄생했다.

네트워크, 충격적인 탈당 미리 알려줘

이 지도에서 근접성은 곧 강한 네트워크를 뜻하므로 공화당은 공화당끼리, 민주당은 민주당끼리 모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스펙터 의원은 공화당 소속일 때도 네트워크 지도에서는 이례적으로 민주당 쪽에 가깝 게 나타났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책에서 “우리가 그의 당적을 잘못 기록했나 생각할 정도로, 스펙터 의원은 2007년과 2008년에 민주당 의원들과 아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네트워크는 그가 곧 당적을 바꿀 가능성을 알려주고 있었다”라고 적었다.

이는 물리학과 사회학 양쪽에서 각광받는 네트워크 분석이 정치 분석에 적용되어 높은 예측 능력을 선보인 전형적인 예이다. 정치인의 관계망은 본인들이 기를 쓰고 감추려 하는 핵심 중의 핵심 정보이지만, 네트워크 분석을 거치면 오히려 당사자 입으로 듣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정치인의 관계망을 확인할 수도 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감추는 것이 거의 직업적 본능이다. 그래서 정치 네트워크 연구의 핵심 관건은 대상들 간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품질 좋은’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트위터는 연구자에게 금맥이나 다름없다. 트위터에서는 사용자가 팔로잉(내가 다른 누군가의 트위터를 구독하는 것)·팔로어(내 트위터를 구독하는 다른 누군가)·멘션(특정 사용자에게 말을 거는 것)·리트윗(다른 이의 트윗을 내 이름으로 다시 전송하는 것) 등 다양한 방식의 ‘연결’을 만들어내고, 그 데이터가 전부 기록으로 남게 된다. 정치인은 트위터를 익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노드’와 ‘링크’에 대한 정보를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

국비 지원 프로젝트인 세계 수준 연구중심대학(WCU) 웹보메트릭스(Webometrics) 연구단 박한우 교수(영남대 사이버감성연구소장·언론정보학)와 윤호영 연구원은 이 사실에 착안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트위터 계정을 가진 정치인 189명의 트위터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국회의원을 연구 대상으로 하되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등 현실 정치와 트위터에서 영향력이 있는 원외 유력 정치인도 포함했다.

그렇게 해서 그려낸 지도가 〈그림 1〉이다. 〈그림 1〉은 트위터를 이용하는 정치인 상호간의 팔로잉·팔로어 관계를 지도로 나타낸 것이다. 팔로어가 많을수록 점의 크기가 커진다. 연결선은 정치인끼리 서로 팔로잉·팔로어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 보여준다.

한눈에 봐도 파란색(한나라당)과 초록색(민주당)이 뚜렷이 구분된다. 이는 각 당이 전적으로 자기들끼리만 소통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두 당 사이에도 수많은 연결선이 존재한다), 네트워크가 정당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형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나라당이 트위터를 이용하는 인원이 더 많기 때문에 팔로어도 더 많고, 그래서 한나라당 의원을 표시하는 점이 더 큰 경향이 있다. 가운데 가장 큰 두 점은 김충환·이윤성 의원이다. 야권에서는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의 점이 가장 크다.

이제 이 네트워크 분석의 예측 능력을 검증해보자. 지도에는 보라색으로 표시된 점이 다섯 개 있다. 무소속 정치인이다. 소속 정당이라는 핵심 정보가 없으므로, 우리가 이들의 실제 정치 성향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우선 가정하자. 과연 네트워크에서 보이는 위치는 실제 정치 성향을 예측하게 해줄까?

‘한나라당 대륙’ 아래쪽 ‘내륙’에 그리 작지 않은 보라색 점이 있다. 한나라당 대륙에 파란색이 아닌 점은 이것이 유일하다. 네트워크 분석은 이 정치인이 무소속이지만 한나라당 성향이 아주 강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셈이다. 누구일까? 답은 강용석 의원이다. 강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이었다가 지난해 7월 아나운서 비하 및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당에서 제명당해 무소속 신분이 되었다. 강 의원은 그 사건 뒤로 트위터를 하지 않는다. 즉, 현재 강 의원의 네트워크로 잡히는 모든 관계망은 한나라당 시절에 만든 것이다.

야권 대륙에서도 가장 오른쪽 내륙, 한나라당 대륙과 가장 먼 곳에 역시 작지 않은 보라색 점이 있다. 네트워크 분석은 이 정치인이 야권 성향이 아주 강하리라고 예측한다. 김두관 경남지사다. 대표 친노 인사로 경남에서 출마하기 위해 무소속을 선택했지만, 야권의 미래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되는 강한 야권 성향이다.

두 대륙의 사이에, 하지만 야권 대륙에 더 가깝게 보라색 점이 있다. 네트워크 분석은 이 정치인이 상대적으로 민주당 성향이리라 예측한다. 송훈석 의원이다. 검색창에 이름을 쳐보자. 송 의원이 민주당 입당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는 15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으로 출마했다가 16대 총선에서 국민회의, 17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경력이 있다. 한나라당 대륙 왼쪽 아래 해안에 이인제 의원, 야권 대륙의 위쪽 해안에 유성엽 의원은 트위터를 거의 하지 않아 큰 의미는 없지만, 역시 현재 위치가 실제 정치 성향과 일치한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또 있다. 민주노동당을 보자. 그림에서 주황색 민주노동당 의원 다섯 명 중 네 명이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반면, 가장 큰 점 하나만이 민주당 대륙 아래쪽에 동떨어져 있다. 이 한 명이 나머지 네 명과 사이가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국회의원 팔로어가 가장 많은 이 한 명(점이 가장 크다)이 민주노동당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과도 활발한 네트워크를 이뤘고, 그에 따라 인력이 더 강한 민주당 네트워크 쪽으로 끌려갔다고 보는 것이 옳다. 자, 누구일까?

이정희 대표다. 실제로도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이 좋아하는 다른 당 의원으로 단연 첫손에 꼽힌다. 〈시사IN〉 제118호 ‘국회의원이 후원하고 싶은 금배지’ 기사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이 후원하고 싶은 다른 당 의원’ 1위를 차지했다.

김진애·원희룡, 트위터 여론 주도해

마지막으로 지도 전체를 놓고 보자. ‘야권 연대’를 구성하는 야 5당(민주당·민노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은 거의 지도 오른편에 모여 있다. 몇몇 주요 점들은 민주당 대륙 한가운데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반면 친박연대에서 이름이 바뀐 미래희망연대는 한나라당 대륙과의 연결이 더 끈끈하다. 개별 의원뿐만 아니라 정치 세력 간의 친소 관계를 보여주는데도 네트워크 분석의 예측력은 정확하게 작동한다.

정치 지형을 분석하기에는, 트위터 데이터는 아직 불완전하다. 모든 정치인이 트위터를 하는 것도 아니고, 팔로잉과 팔로어는 끈끈한 네트워크라기보다는 의례적인 네트워크에 가깝다. 그래서 이 네트워크 지도 중앙에는 정치적 유력 인사가 아니라 트위터를 열심히 쓰는 정치인이 모여들게 된다.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트위터 팔로잉·팔로어 지도만으로도 놀라운 현실 예측력을 보여줌을 확인할 수 있다.

팔로잉·팔로어 네트워크가 의례적 성격이 짙다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팀은 ‘멘션 네트워크 분석’을 함께 수행했다. 트위터에서 ‘멘션’은 상대를 지정해서 직접 말을 거는 행위다. 팔로잉·팔로어보다 훨씬 직접적인 네트워크다. 멘션을 많이 받은 정치인은 트위터 공간에서만은 ‘여론 주도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2〉가 그 분석 결과다. 이번에는 여당인 한나라당을 파란색, 나머지 모든 야당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이에 따라 강용석·송영선 의원 등 한나라당은 아니지만 여권 성향인 의원들이 파란 대륙에서 빨간 점으로 표시됐다. 화살표는 멘션이 나간 방향, 화살표 크기는 멘션의 빈도를 나타낸다. 정치인으로부터 많은 멘션을 받을수록 점의 크기는 커진다(즉, 여론 주도층이다).

여야에서 뚜렷한 핵이 각각 하나씩 관찰된다. 여당에서는 원희룡 사무총장, 야당에서는 김진애 의원이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체감으로 느끼는 대표적 ‘트위터 중독자’ 두 사람이 정치인 간의 멘션 네트워크에서도 핵심으로 나타났다. 팔로잉·팔로어보다 적극적인 네트워크인 멘션을 분석하니 실제 트위터 공간에서의 활동성과 영향력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2월    25일 아침 8시에 두 의원에게 트위터로, 멘션을 주고받는 여야 정치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을 보내보았다. 김진애 의원은 한 시간 만에 답을 보내왔다. 야권에서는 천정배·이정희·박지원·최문순 의원을, 여권에서는 원희룡·박근혜·이재오 의원을 꼽았다. 오후 1시에 답을 보낸 원희룡 의원은 여권에서 권영세 의원, 야권에서 이계안 전 의원을 꼽았다.

트위터 네트워크 분석은 정치인의 성향이나 트위터에서의 발언권을 보여주는 데는 아주 유용하다. 하지만 앞의 두 그림을 보면, 트위터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유력 정치인은 위상에 걸맞지 않게 변방에 작은 점으로만 위치한다(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계정이 없으면 그나마 지도에 등장하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실제 현실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데 트위터 분석은 부적절한 도구가 아닐까.

네트워크에서도 ‘안상수 신드롬’ 선명

방법이 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정치인이 쓴 모든 트위터 내용에서 어떤 정치인의 이름이 몇 번 언급되는지 분석했다. 이름 언급은 멘션과는 다르다. 멘션이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면 이름 언급은 누군가에 대해 논하는 성격이 더 짙다. 따라서 화제의 인물이나 영향력이 강한 인물의 이름이 트위터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자주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림 3〉은 이 ‘이름 언급 네트워크’를 지도로 표현한 것이다. 화살표는 언급이 나간 방향, 화살표 크기는 언급 빈도를 나타낸다. 정치인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 이름일수록 큰 점으로 표시된다. 따라서 큰 점으로 표현되는 정치인일수록 현실 정치에서의 주목도와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으며, 점이 어느 대륙에 위치했는지에 따라 어떤 정치적 성향으로 간주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과연 이번에도 네트워크 분석의 예측이 들어맞을까.

한나라당에서는 안상수 대표의 점이 가장 크다. 그 뒤로 이재오 특임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무성 원내대표, 나경원 최고위원 등이 크게 나타났다. 민주당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가 가장 크게 나타났고, 손학규 대표, 정세균 전 대표, 천정배 최고위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이 유력하게 나왔다. 여야 할 것 없이 당시의 정치적 인지도나 영향력을 거의 고스란히 반영했다. 한 전 총리는 재판 진행 과정이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고, 이재오 장관은 개헌 전도사로서의 행보가 논란을 일으켰다. 안상수 대표는 잇따른 말실수로 한창 입길에 오르던 시기였다.

이들 중 많은 수가 〈그림 1〉과 〈그림 2〉에서는 변방에 있거나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던, 트위터 활동성이 떨어지는 정치인이다. 트위터 네트워크 분석은 설계만 잘 하면 트위터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네트워크 지도를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반면 한나라당 김충환·이윤성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심상정 전 대표 등 〈그림 1〉에서 크게 나타났던 정치인들은 이번에는 현실 정치에서의 영향력을 따라 체급이 내려갔다.

네트워크 분석, 정치 ‘알바’도 잡는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점의 크기보다도 위치가 흥미롭다. 유 원장은 〈그림 1〉에서는 여야 대륙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의례적인 팔로잉·팔로어 네트워크에서는 정치색이 드러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름 언급 네트워크에서는 확연히 야당 대륙에 포함돼 있다. 민주당 대륙의 인력(끌어당기는 힘)과 한나라당 대륙의 척력(밀어내는 힘)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유력 정치인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온갖 노력을 마다않는 언론의 정치 취재 관행은, 그것이 아니면 정치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보여줄 도구가 없다는 한계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 네트워크 분석은 언론에게도 유력한 대안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박한우 교수는 “객관적 실험이 불가능한 사회과학의 한계와 자기 정보를 감추는 정치인의 성향 때문에, 정치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는 제대로 충족되지 못했던 경향이 있다. 네트워크 분석은 그런 한계를 넘어 객관적이고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정치를 이해하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이번에는 정치인들 간의 네트워크 분석에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정치인과 대중 간의 네트워크를 분석할 틀을 찾아내는 과제가 남았다. 정치인의 메시지가 어떻게 확산되고 누가 확산시키는지를 네트워크 분석으로 보면, 정치인의 영향력이 어떤 경로로 전파되는지, 로비단체나 이른바 ‘알바’의 실체가 어느 정도인지도 드러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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