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등장인물이 커피전문점에 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같은’ 커피전문점만 가는 건 누가 뭐래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국정원 요원이면서 다른 조직의 특수요원으로 활동하는 ‘이중 스파이’ 윤혜인은 이 커피전문점에서 상관으로부터 지령을 받는다(SBS 〈아테나:전쟁의 여신〉). 업계에서 손꼽히는 재벌가 따님 문분홍 여사는 자기 아들의 ‘정신과 주치의’를 만나는 장소로 이 커피전문점을 선택한다(SBS 〈시크릿 가든〉).

이처럼 드라마 등장인물들이 사랑하는 이 커피전문점은? 바로 카페베네다. 우연이 아니다. 2009년 언론노조는 세 차례 대대적인 파업을 벌였다. ‘언론 악법’이라 불리는 방송법 및 동법 시행령(개정 방송법)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법은 결국 그해 7월22일 국회를 통과하고, 11월2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되면서 효력을 갖게 된다. 이 개정 방송법 중 제73조 2항 7호를 살펴보면 이렇다. “간접광고: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하여 그 상품을 노출시키는 형태의 광고를 신설한다.”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이 프로그램은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자막을 ‘당당하게’ 내보낼 수 있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SBS 화면특정 커피전문점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텔레비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한 장면.


흔히 PPL(Product Placement)이라고 불리는 간접광고는 기존에도 음성적으로 진행돼왔다.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광고 형태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영화 〈E.T〉에서 E.T가 먹는 허쉬 초콜릿은 그냥 초콜릿이 아니었고, 〈아메리칸 아이돌〉 심사위원석에 놓인 코카콜라도 그냥 코카콜라가 아니었다(M.net 〈슈퍼스타K〉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를 통해 제작사는 상승하는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고, 광고주는 시청자에게 상품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효과를 얻는다. 그러나 개정 방송법 통과 이후 드라마 속 PPL은 더욱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예를 들자면 끝도 없다. 제작사와 광고주가 시대 흐름을 타고 ‘윈윈(win-win)’하는 동안 변하지 않는 건 딱 한 가지다. 드라마인지 광고인지 구분할 수 없는 방송을 보는 사람이 바로 시청자라는 사실이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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