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58) 현 사장 연임이 사실상 결정됐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16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사장 후보 면접을 진행해 김재철 현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사장)로 내정했다. 이날 면접에는 정흥보 춘천MBC 사장과 김 사장 두 명이 참가했으며 구영회 전 MBC 미술센터 사장은 면접에 불참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2시부터 김, 정 두 후보로부터 경영계획서 발표를 듣고, 인터뷰 한 후 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은 투표에서 9명 이사 중 과반수를 표를 얻었다. 

방문진 최창영 사무처장은 투표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사들은 지난 1년간 김 사장이 나름대로 조직을 안정화시킨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고, 경영계획서도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창출을 다변화한다는 부분에서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뉴시스

김재철 사장의 연임은 이달 말 열리는 MBC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이근행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 연임은 MBC의 불행이다. MBC는 창사 이래 겪어왔던 어떤 위기보다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다. MBC 구성원들은 MBC를 정상화시키고 살리는 일에 온 힘을 집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MBC 노조는 다음주 차기집행부(위원장 정영하)가 출범한다. 

다음은 MBC 노조 성명 전문이다. 

역시 MBC의 ‘불행’은 정권의 ‘행복’이었다. 역사상 가장 신속하게 MBC를 망가뜨린 김재철 사장은 역사상 가장 빨리 연임을 확정지었다. 그래도 정권과 방송문화진흥회는 공정한 경쟁의 모양새를 보여주겠다며 한 바탕 ‘사장 공모 쇼’를 벌였지만, 구영회 후보의 막판 사퇴는 저들이 짜고 친 ‘김재철 사장 연임 쇼’가 얼마나 추잡한 짓이었는지 뒤늦게나마 낱낱이 폭로했다.

그가 MBC 사장 행세를 하던 지난 1년, MBC에선 하루도 빼놓지 않고 비명이 흘러나왔다.‘정권에 맞서 MBC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던 그의 거짓말이 ‘청와대 조인트 폭행사건’으로 발가벗겨진 3월, 보란 듯이 약속을 뒤집어 39일 파업을 유발시킨 4월, 이근행 위원장과 정대균 진주지부장을 해고하고 징계 광풍을 일으킨 6월, 〈PD수첩〉을 일방적으로 불방 시킨 8월, 〈후+〉와 〈W〉를 폐지하고 〈주말 뉴스데스크〉를 옮겨 MBC의 공영성을 망가뜨린 9월, 임단협 일방파기로 노사관계를 파탄 낸 올 1월, ‘R등급 5% 강제할당’으로 MBC를 완전히 찢어놓은 2월에 이르기까지, MBC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비극의 연속이었다.

러나 이 모든 참극이 그에겐 ‘훈장’이었다. MBC가 ‘입안의 혀’가 되길 원하는 정권은 틈만 나면 충성맹세를 한 그에게 흔쾌히 ‘연임’을 하사했다. ‘흠’ 잡을 때 없는 그의 충성심은 ‘수준이하의 언행, 자질 부족, 무능력’이라는 정권이 보기에도 민망한 그의 ‘흠’을 덮고도 남았다. 이제 정권은 김재철 사장에게 연임을 하사하며 그나마 남아있는 MBC의 양심마저 모두 짓밟아 버리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제 연임의 날개를 단 김재철 사장이 또 무슨 일을 벌여 MBC를 난장판으로 만들지, 우리 가슴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지 생각할수록 끔찍하다. 단체협약을 일방 해지한 것으로도 모자라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차별 ‘R박기’를 자행해 MBC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 연임되자마자 조직 개편, 광역화, 프로그램 개편을 마구잡이로 추진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한 술 더 떠 연임이라는 은전에 보답하기 위해 MBC를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소름끼치는 전망까지 나온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이 광풍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김재철 사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 눈을 감는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양심과 영혼을 버리고 시키는 대로 물어뜯으며 ‘개처럼’ 살지 않으려면, MBC가 더 이상 망가지는 걸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 가슴에 치미는 분노가 이끄는 대로 독하고 질긴 끝장 투쟁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지난 1년간 뼈저리게 배웠다. 적게 투쟁하고 많이 얻는 시대는 갔다. 더 이상의 허풍은 필요 없다.
출구부터 찾으려 하지 않는다면 길은 복잡하지 않다. 

2011년  2 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