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모바일 벤처의 신화로 통한다. 지난해 3월에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앱을 내놓았다. 스마트폰 사용자 간에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이다. 출시된 지 11개월 만에 700만명이 카카오톡을 내려받았다. 하루에 4만∼5만명이 카카오톡을 다운로드한다. 이제범 카카오 대표(33)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80%가 넘게 카카오톡을 쓰는 것으로 추정한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2011년 말이면 2000만명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2010년 말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남궁훈 CJ인터넷 대표 등 IT업계의 거물이 이 회사에 53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되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97학번인 이제범 대표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대학에 와서는 학점과 상관없이 컴퓨터공학 등 청강 위주로 수업을 들었다. 2004년에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B2B(기업 간 상거래) 솔루션 사업을 시작했다. 평범한 직장인이 될 생각은 처음부터 전혀 없었다. 2년 뒤 학과 교수의 소개로 산업공학과 선배 김범수 전 NHN 대표(45)를 만났다. 김범수 전 대표는 아이위랩(카카오의 전신)이라는 벤처기업을 인수한 상황에서 이 대표에게 경영진 합류를 권했다. 2007년 1월, 이 대표는 아이위랩에 합류했다.

ⓒ시사IN 안희태이제범 카카오 대표(오른쪽)는 “2011년 말이면 카카오톡 사용자가 2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모바일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웹 서비스를 준비했다. 동영상·사진을 공유하는 웹 2.0 서비스 ‘부루닷컴’이었다. 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미국 서비스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한국 시장으로 유턴해 ‘위지아닷컴’을 만들었다. ‘서울의 눈 오는 날, 가볼 만한 장소는?’ 하고 물으면 이용자들이 답변하고 이를 투표에 부쳐 랭킹을 정하는 서비스였다.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결국 서비스를 닫았다. 김범수 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결정을 내렸다. “웹 말고 모바일로 방향을 틀자.” 2009년 말, 아이폰이 출시되던 시점이었다. 모바일 비즈니스로 방향을 틀면서 회사 이름도 바꾸었다.

카카오톡 메시지, 하루 평균 1억 개

프리챌 출신으로 PC 메신저를 만든 경험이 있는 이상혁 최고서비스책임자(CSO)를 중심으로 개발진 간에 여러 차례 토론이 벌어졌다. “데스크톱 인터넷에서 검색을 중심으로 가장 큰 시장이 형성되었다면, 모바일 인터넷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았다”(이제범 대표). 개발팀은 소통 기능에 집중했다. 세 팀으로 나누어 3개월 동안 개발에 몰두했다. 카카오톡, 카카오수다(마이크로 블로그), 카카오아지트(유·무선 연동 마이크로 카페)를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카카오톡은 ‘SNS 입소문’만으로 2주일 만에 11만명이 내려받았다. 2011년 1월 현재 카카오톡에서 오가는 메시지는 하루 평균 1억 개. 서비스를 위해 서버 200대를 돌린다.

현재 카카오 직원은 25명. 추가로 개발진 10명이 조만간 합류할 계획이다. 적은 인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용량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범 대표는 “2010년은 서비스를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한 한 해였다. 카카오아지트 같은 경우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해달라는 요구가 있고, 실제 개발하면 사용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보았지만, 여력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KT와 손잡고 지인에게 온라인 선물을 보내는 ‘기프티쇼’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수익 모델을 시험해본 것인데,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이제범 대표는 “아직 수익 모델을 고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금은 모바일 서비스 초창기 단계이고, 앞으로 서비스를 어떻게 진화·발전시킬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광고 제휴를 물리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카카오는 올해 초 대규모 서버 개선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서비스를 안정화하는 게 급선무라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2011년은 본격적 해외 진출의 해로 정했다. 지난해에는 순차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하자는 계획 아래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도 서비스가 통할 수 있을지 ‘실험’을 해보았다. 한글로 된 사용 설명서를 영문으로 단순 변환하는 수준으로 중동 국가의 앱스토어에 등록했다. 쿠웨이트 등 중동 4개국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대 이상의 고무적 성과였다.

이제범 대표가 밝히는 카카오톡의 목표는 ‘소셜 허브’이다. 트래픽을 많이 가진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게임, 음악, 콘텐츠 등 다른 서비스와 연계해 허브 구실을 할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다. 이제범 대표는 “최초의 모바일 소셜 허브가 되는 게 우리의 꿈이다. 소셜 서비스든 콘텐츠 서비스든 작은 벤처들의 성공 스토리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거기에 카카오톡이 소셜 허브 같은 형태로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다. 페이스북처럼 많이 나누면 나눌수록 더욱 커가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 그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사무실은 방마다 ‘메카’ ‘라샤’ 등 문명과 종교의 발상지 이름을 따고 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이름이다. 카카오톡이 새로운 ‘모바일 문명’의 발상지가 될지 그 몇 년 후의 모습이 궁금하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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