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의 보도 ‘세금 폭탄’을 다시 꺼내 들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내놓은 ‘복지 패키지’의 재원 마련 문제를 집중 공략했다. 민주당 내부 논란을 일으켜 일단 속도 조절에도 성공했다. 국가재정 문제에 밝은 한 한나라당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은 차라리 실체라도 없었지, 민주당 무상 시리즈는 실체까지 있어서 진짜로 나라를 거덜낼 거짓말”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아무래도 우리가 말린 것 같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서울지역 비강남권 한나라당 의원은 기자에게 “한나라당이 우리끼리 종부세 가지고 지지고 볶던 때 기억하나?”라고 되물었다. 2008년 9월,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무력화를 시도하자 한나라당 내에서 무력화에 찬성하는 강남권과, 반대하는 비강남권 의원 사이에 선명한 전선이 형성됐다. 여론이 한나라당 내부 투쟁을 주목하는 동안, 민주당 등 야당은 완전히 찬밥 신세였다. “그때 우리끼리 끝장낼 듯 싸우다가 결국 당 입장을 정리하니까, 그게 최종 결론이 됐다. 야당은 뭘 해보지도 못하고 당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가 그 꼴을 당할 수 있다.”
 

ⓒ뉴시스1월12일 열린 한나라당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맨 오른쪽).

그래서 한나라당 중에서도 특히 친이계에서는 “‘복지 프레임’ 자체를 벗어나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프레임 안에서 논쟁해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뜻이다. 복지 프레임이 강화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입지 또한 올라간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유력한 ‘대안 프레임’으로 우선 거론되는 것이 ‘안보 프레임’이다. 한반도 위기가 보수층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면 유리하거나 최소한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런 와중에 ‘무상 포퓰리즘에 맞서는 투사’를 자처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돈키호테’ 취급을 받는 분위기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막는 데 정치생명을 걸었다며 당이 나서주기를 바라지만, 반응이 영 시큰둥하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수도권 의원은 “이긴다는 확신도 없는 싸움에 당이 발을 걸치는 것도 부담스럽고, 설사 이긴다 해도 공적은 오 시장이 독식하는 게임이다. 자기 위험을 무릅쓰며 대권 경쟁자를 키워주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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