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신묘년 ‘토끼 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에서처럼, 지금의 권력 지형은 마치 한나라당이 토끼마냥 저만치 앞서 가 있는 꼴이다. 반면 민주당이나 야당들은 거북이처럼 힘겹게 낑낑대는 모양이다.

내년에 대선이 있어서 올 한 해에는 여야 간에 치열한 샅바싸움이 전개될 것이다. 크게 보면 두 가지 상이한 흐름이 공존·각축하고 있다. 하나는 40%를 넘어서는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 그리고 50%를 넘나드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다. 이 수치들은 분명하게 여권·보수의 강세를 보여준다. 다른 흐름도 있다. 45% 안팎으로 보이는 반MB 정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검증된 야권 연대(후보 단일화)의 위력, 그리고 날로 점증하는 복지 수요다. 이 흐름이 민심의 저류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국 선거는 세 개다. 지방선거·총선·대선. 이 세 개 선거에서 3연패한 정당이 민주당이다. 세계 정당사나 선거사를 보더라도 전국 단위 큰 선거에서 연거푸 세 번 패배한 정당이 3년도 채 안 돼 기력을 회복한 예는 드물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력이든 어부지리든 총선 패배 후 2년이 조금 지난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는 보수 우위의 사회적 역관계, 정치구도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음을 뜻한다.

싸움의 법칙, 진영 논리로 보면 열심히 싸워야 내 편이 결집한다. 반대로 제대로 싸우지 못하면 실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투쟁성은 싸움의 필수 조건이다. 정권 교체 뒤 한동안은 이 투쟁성에서 한나라당이 앞섰다. 하지만 10·3 전당대회 후 민주당은 투쟁성을 회복했다.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흐름이 잡힌다. 따라서 민주당은 강한 투쟁 스탠스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뉴시스안상수·손학규 대표(왼쪽부터)는 총선 전에 사퇴할 수 있다.
야당, 열심히 싸워야 ‘내 편’ 결집

하지만 투쟁성만으로는 정치에서 최종 승자가 될 수 없다. 정치는 한편으로 상대를 때려눕혀야 하는 복싱 경기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누가 더 잘하는지를 보여주는 장기자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대안성이다. 상대와 다른 그러면서도 믿을 만한 대안을 제시해야 신뢰를 얻는다. 이런 점에서도 민주당은 무상급식·보육·의료와 반값 등록금이라는 이른바 ‘3+1’ 복지정책 따위의 정책 드라이브를 계속 펼칠 것이다.
한나라당도 대안성 제시라는 측면에서 2012년을 겨냥한 어젠다를 제기할 것이고, 필요하면 MB와 차별화도 시도할 것이다.

아무래도 여야 간 대결의 작은 분수령은 4·27 재·보궐 선거가 될 것이다. 1월21일 현재 확정된 국회의원 선거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으로서는 텃밭 지역 선거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 반대로 야권은 성패도 성패지만 위력적인 야권 연대의 틀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야권 연대로 경남 김해와 경기 분당에서 야권이 이긴다면 민심이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2011년에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어떤 총선 지도부를 내세우느냐 하는 점이다. 한나라당의 안상수 대표 체제는 ‘보온병·자연산’ 발언으로 이미 치명상을 입어 총선 체제로서는 유효성이 없다.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체제는 당헌 규정 때문에 총선 전에 사퇴해야 한다. 따라서 양당 모두 총선 체제를 새롭게 짜야 한다. 어느 정당이 앙시앵레짐을 깨고 미래 지향적이며 역동적인 체제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총선, 나아가 대선의 성패가 달라질 것이다.

여권의 과제는 간단하다. 보수층의 지지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 만큼 과제는 어떻게 해서든 중도층을 끌어안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의 과제는 중첩적이다. 민주당이 정책과 연대로 진보·개혁층의 대표성을 온전히 확보하는 한편 중도층 지지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기자명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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