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물러난 퇴직자·해고자·무급자를 비롯한 그 가족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노조가 파악한 인원만 11명이다. 자살로 인한 사망이 6건, 자살미수가 3건이다.
죽음의 행렬은 해가 바뀌어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희망퇴직자 서 아무개씨(37)다. 1월13일, 경기도 안산 자택 근처 차량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서씨는 차량 안에서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희망퇴직자로, 중증 장애가 있던 황 아무개씨(39)가 아파트 발코니에서 목을 맨 지 한 달 만이다(제174호 관련 기사 참조).
2001년 8월에 입사해 2009년 5월에 퇴직한 서씨는 다섯 살 난 아들과 두 살배기 딸을 남겼다. 회사를 떠난 뒤 평택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하다 거제도에 내려가 조선소 용접공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사로 인해 다시 상경한 뒤에는 경기도 안산에 정착했다.
서씨는 쌍용차 재직 당시 조립3팀 완성반에서 차의 완성 단계에서 바퀴 상태를 점검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말수는 적었지만 동료들과 자주 어울리며 서로의 가정사를 속속들이 알 만큼 친했다. 서씨의 매제 2명도 쌍용차에서 일하고 있었다. 2009년 5월, 그가 퇴직 신청을 하기 전날 밤 11시쯤 동료 류충현씨(48)에게 퇴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류씨는 말렸지만 서씨는 다음날 사표를 냈다고 한다.
쌍용차 노조 “퇴직자들 자살은 타살”
그의 동료들은 해병대 출신의 강인한 서씨가 죽음을 택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3년간 함께 일한 류씨는 “누구보다 꿋꿋이 견디던 동료였는데 자살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노조 측은 서씨를 포함한 이들의 죽음이 사실상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평택에서는 쌍용자동차 출신이라면 ‘폭력과 무능’이라는 낙인이 찍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타 지역을 전전하다보면 가족 붕괴와 생활고가 찾아오기 쉽고, 지속되는 삶의 불안정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노조가 집계한 11명이라는 사망자 수도 일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2646명에 이르는 해고자·퇴직자·무급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근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퇴직자들의 퇴직금과 위로금이 다 떨어질 시점이라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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