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달이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1년이 흘렀다. 수많은 사람이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을 찾았고, 그만큼 쉽게 떠나갔다. 오두희씨(56)는 끝까지 용산에 남아 있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오씨는 용산 참사 후 ‘371일’간의 투쟁 장면을 6㎜ 캠코더에 담았다. “그냥 하루 종일 캠코더를 들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머니들이 내 앵글 속으로 들어왔다.”

ⓒ김경희 인턴 기자
철거민 23명 중 반 이상이 60대가 넘는 여성이다. 남자들은 망루에 올라갔다가 다치거나 구속당했고, 남은 여자들이 검게 그을린 남일당 건물을 지켰다. “시위할 때뿐만 아니라 그들의 평소 삶이 어떤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서로 신뢰가 쌓이니 억울하고 답답한 심경을 술술 털어놨다.”

200개가 넘는 테이프를 하나하나 다시 보고 편집하는 데 꼬박 석 달이 걸렸다. “영상을 편집하는 동안 내 안에 쌓여가는 분노를 감당하기 힘들었다”라고 오씨는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용산, 남일당 이야기〉는 2010년 5월 제14회 인권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었다. 그리고 그해 9월 제2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최우수 한국다큐멘터리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용산, 남일당 이야기〉는 용산 참사 2주년을 하루 앞두고 서울 한 영화관에서 무료로 상영됐다.  이 때문에 한동안 분주했던 오씨는 하지만 “2년이 지났어도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다”며 답답해 했다. 

그녀가 371일간 찍은 용산 이야기가 철거민 스물세 명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자명 김경희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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