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정희상캔젠 본사가 임대해 들어 있는 미국 볼티모어 시내 건물.
미국 캔젠 사에서 2년여 동안 사장을 맡았던 리처드 실펜 변호사는 캔젠 CEO 문철소씨의 각종 비위 혐의와 한국인 투자자 피해를 경고한 내부 고발자이다. 문씨는 그를 기밀 누설 등의 혐의로 미국 법정에 고소했다. 기자는 10월13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로펌 사무실에서 리처드 씨를 만나 재직 중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캔젠의 재정 상태는 어떤가?내가 사장으로 근무할 때 회사에 운영자금이 없어서 쩔쩔맨 때가 많았다. 문철소씨가 개인적으로 메우고 나중에 한국에서 투자받아서 가져가는 식이었다. 재정이 엉망이라 시종 힘들지 않은 때가 없었다.

문철소씨가 한국에서 주식을 판 돈은 얼마이고 회사에 들여놓은 돈은 얼마인가?주식을 각각 다른 가격에 팔아서 총액은 알 수 없다. 내가 근무하던 중에만 80억원 정도 팔았는데 그전에는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 가운데 C-바이오를 통해 진승현씨와 오간 거래도 끼어 있어서 알기 어려운 면도 있다. 주식은 캔젠이 발행해 문철소씨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나눠주는 방식으로 소화했다.

문철소씨와 존스홉킨스 대학, 시드런스키 교수와의 관계는?내가 사장으로 들어가기 전의 일이었지만 문철소씨는 현금과 주식을 존스홉킨스 대학에 기부했다. 어떤 경위였든 방광암 재발진단 기술 라이선스를 시드런스키 교수에게 샀는데, 시드런스키가 소유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회사를 캔젠이 사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드런스키는 문철소와 개인 이해 계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는 회사가 랩이나 병원에서 라이선스를 사면 둘 사이의 관계이므로 그 대가는 대학으로 가는 게 맞다. 시드런스키 교수가 발명가이기는 하지만 어떤 경위인지 모르게 캔젠 주식을 갖고 있다.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 출신 프랭크 영이 캔젠에 들어와 한 일은 무엇이고 왜 그만뒀나?이사회 의장이자 어드바이서, 컨설턴트로서 문철소씨가 많은 돈을 주고 영입했다. 본인은 개인 사유로 그만둔다고 사직서에 적었지만 실제 사직 이유는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철소씨가 처음에 프랭크 영에게 체어맨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는 프랭크도 잘될 것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씨의 전횡과 잘못이 심각해지자 그에게 잘못을 지적하면서 시정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지적을 좀 받아주더니 점점 회사 꾸려가는 것이 독재와 전횡으로 흐르고, 주식도 절반 이상을 문철소씨가 가져가면서 이사회조차 필요없는 상황으로 흘러 프랭크 영도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문씨에게 말이 통하지 않자 프랭크 영은 나중에 불똥이 자기에게도 튈 것을 염려해 그만둔 것이다.

최근 문철소씨가 당신을 미국 법원에 제소했다는데….

핵심은 내가 캔젠 내부 비밀 자료를 훔쳤다는 것이었다. 닥터 프랭크 영과 내가 회사 내부 일부 자료를 복사해 갖고 나온 것은 근무하다 보니까 이 회사가 훗날 큰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해서였다. 그런 상황이 오면 우리가 일할 때 주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프랭크 영과 상의해 유사시 대비 사본을 갖고 있었다.

한국 EBT 공동대표를 지낸 테럴 힐러브란트가 캔젠 주식 16%를 갖고 있던데 문철소씨와 어떤 관계이고 무슨 역할을 했나?테럴은 문철소씨의 가신이다. 그런 연유로 많은 주식을 준 것이다. 그는 캔젠 이사회 멤버이지만 하는 일은 없었다. 문철소가 테럴을 미국 내 간판으로 활용하려는 대상이었다. 테럴은 문철소의 사생활 자문도 많이 해주는 사이다.

한국 금감원에 당신이 문철소씨의 비위를 제보했다는 주장이 있던데….내 신원과 제보 문제가 (문철소씨 측에) 공개된 데 대해 큰 불만은 없다. 최근 한국 정부에서 나를 선량한 제보자로 보호해달라는 공식 문서를 만들어 미국 법원에 제출해줬다. 그러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철소씨가 한국의 각종 미디어를 통해 너무 많은 거짓말을 일삼았고, 회사가 실제보다 과대

리처드 실펜 전 캔젠 사 사장이 한국금융감독원의 조사 질의를 받고 낸 답변서.
포장되면서 그로 인해 수많은 한국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게 뻔한데도 한국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 언론도 그렇고 정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 같으면 이런 류의 사기 사건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한다. 규모가 작은 사건은 피해자가 사는 주에서 개입하고, 피해 분포가 넓으면 연방정부가 개입한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평상시에도 탈세 조사와 같은 쉬운 길을 찾아 방지 조처를 한다.문철소씨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만족하나?2006년 3월, 문철소씨가 한국의 서울 청담동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자기 생일 파티를 한다며 초대했다. 나도 초대받아 갔고, 그전에 투자했던 투자자도 모두 초대됐다. 그 자리에서 문철소씨는 캔젠이 얼마나 훌륭한 회사인지, 곧 일본 도쿄 증시의 마더스마켓에 상장될 것이라며 허풍을 쳤다. 기술만 있는 회사를 상장하는 곳이 마더스마켓이다. 그러나 캔젠이 일본에 상장할, 상용화된 기술은 아직 없다. 생일 파티에서 그런 식으로 한국인에게 50억원을 끌어모으는 등 피해자를 계속 양산하는데 한국 정부는 피해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아직도 그런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해되지 않는다. 당시 생일 파티에 참석했던 일본인 스미 다케이치라는 사람은 “노무라 증권은 캔젠이 일본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다”라고 떠들었다. 그러나 노무라 증권의 캔젠 상장은 불발되었다. 나중에 노무라 측에서 이야기한 바로는 “조사해본 결과 캔젠은 문철소씨 개인의 회사지 주식회사가 아니고, 문씨는 독재자나 다름없다”라고 했다. 당연히 일본 증시에 상장될 수 없었다. 노무라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겠는가.

당신이 캔젠 사장으로 있을 때 문철소씨가 어떤 개인 비리를 저질렀는가.한국 정부는 캔젠이 문철소씨에게 보낸 변제 정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문씨는 캔젠 사업과 관련이 없는 비용을 너무 많이 썼다. 문철소씨가 대표했던 서울의 시설 임대는 ACTC였지만 실제는 그의 내연녀가 사용하는 강남 아파트였다. 문철소씨에게 개인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 도쿄·홍콩 등 개인 여행 비용, 문씨와 여자친구들의 휴양지 여행비용 등도 캔젠이 댔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재무부는 경영자의 이익을 위해 주주 가치를 남용하고 횡령하는 죄는 중하게 처벌한다. 문철소씨는 불법을 저질렀다. 이런 보증의 부적절한 대가는 본질적으로 명목상 모든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

미국 법률가인 당신이 볼 때 이 사건은 미국에서 어떻게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가?최근 캔젠에 대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나를 포함해 전직 임원들을 불러 조사하고, 매릴랜드 주 어토니(법원)에서 캔젠 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사법기관이 현재 조사 중이다. 문철소씨가 캔젠에서 많은 주식을 받아 한국에 비싸게 팔았고, 세금을 내지 않아서 미국 국세청은 확실히 조처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 증권법상으로는 주된 피해자가 한국인들이고, 한국에서의 주요 범죄에 해당하므로 미국 내 처벌이 제한받는다. 미국인 피해자가 거의 없어 캔젠 소재 카운티 법정에서는 문씨를 주시는 하되 불러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더욱이 최근 1~2년간 문철소씨는 미국에 자주 들어오지 않았다. 미국 정부에 요주의 인물이므로 그가 미국 내에서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지 상시 감시하면서 결정적일 때 개입할 것으로 본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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