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철소 박사에 대한 〈시사IN〉 보도(위)와 문씨가 언론중재위에 낸 조정신청서(위 왼쪽).
‘동양인 최연소 존스홉킨스 의대 종신교수’로 자신을 허위 과대 포장한 뒤 지난 2001년부터 미국 캔젠 사의 비상장 주식을 국내에 가져와 불법적 방식으로 팔아 수백억원을 모집하고, 코스닥 시장 M&A에 뛰어들어 허위 과장 언론홍보 및 공시를 통해 수많은 개미 투자자를 울린 문철소씨(43)가 〈시사IN〉의 고발성 보도 후 존스홉킨스 의대 조교수직을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매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자리한 존스홉킨스 의대 당국은 최근 “문철소씨는 11월15일에 사직처리됐다”라고 공식 확인해주었다.

〈시사IN〉은 지난 11월12일 발행된 제9호 특집기사를 통해 문씨가 자신을 존스홉킨스 의대 종신교수라고 속이고, 진승현 게이트의 주범 진승현씨를 감옥에서 형 집행정지로 빼내는 데 간여해 동업관계를 맺었으며, 국내 투자자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수백억원대의 말썽많은 이권 사업을 벌여왔다는 내용의 고발성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미국으로 가서 귀국하지 않고 있는 문철소씨는, 취재 과정에서는 거듭된 반론과 해명 요청을 묵살하더니 보도가 나온 지 한 달여가 지난 뒤에야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시사IN〉을 상대로 ‘문철소 박사는 정당한 사업가로 확인되었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요지로 정정 보도를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더 나아가 그는 지난 7년간 국내에서 벌여온 불법적 비윤리적 사업 행각에 대한 〈시사IN〉의 비판 기사 내용을 송두리째 부인하며 무려 1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과잉 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캔젠 주식은 국네 증권거래법상 휴지"

뒤늦게 내놓은 기사에 대한 그의 반박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우선 문씨가 미국 캔젠 사를 설립한 뒤 주당 10원에 발행한 비상장 주식 750만 주를 한국으로 들여와 수천 배의 폭리를 취하며 불법적으로 팔아 외화를 유출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미국에서 설립한 캔젠이라는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우량 블루칩 회사이며 캔젠 주식 가격은 공신력 있는 해외 평가기관에서 검증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자가 금융감독원 측에 조회한 바에 따르면 문씨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판 캔젠 주식은 ‘휴지’이다. 해외 비상장 주식을 한국에서 매매하려면 금감원에 신고해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그런 절차가 없었다는 것. 따라서 문씨가 한국에서 임의로 캔젠 주식을 팔아 수천만 달러를 미국으로 끌어간 행위는 증권거래가 아니라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하며 상법과 형법에 저촉된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해석이다.

문씨가 캔젠 사를 미국에서 이른바 ‘잘나가는’ 블루칩이라고 주장한 점도 난센스에 가깝다. 캔젠은 창립 7년여 동안 어떤 제품을 생산하거나 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매출을 올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매출 제로’ 회사이기 때문이다. 만일 캔젠이 미래에 대박이 예상되는 기술을 보유한 우량 회사라면 캔젠 주식은 우선 미국인이 샀어야 조금이라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캔젠 내부 임직원과 MSA방광암 재발 진단 원천기술 발명자인 존스홉킨스 의대 시드런스키 교수에게 인센티브 명목으로 안겨준 주식을 제외하면 문씨는 대부분 비상장 캔젠 주식을 주로 한국에 들여와서 팔았다.

문철소씨는 또 캔젠 사와 자신의 사업에 대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매릴랜드 주 법원에서 조사하고 있다는 점애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문씨측은 미국 사법기관의 조사가 마치 캔젠 내부 고발자에 대한 자신들의 고소에서 비롯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캔젠과 문철소씨의 불법 혐의를 겨냥한 미국 사법 당국의 조사는 명백한 사실이다. 한국 금감원 측은 워싱턴에서 FBI와 이 사건에 대한 정보 교류를 하고 있다고 확인해주었다. 또 매릴랜드 주 법원은 캔젠과 문철소씨의 비위 조사를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해 받아갔고, FBI에서도 문철소씨의 비위를 잘 아는 전직 임원 2명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조사는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문철소씨는 지난 7년 동안 자기를 존스홉킨스 의대 종신교수라고 국내 각 언론에 허위 선전한 뒤 이런 유명세를 기반으로 투자자금을 끌어모았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나는 언론에 종신교수라 말한 적이 없고 종신직 교수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말장난일 뿐이다. 2002년부터 수많은 국내 언론은 문씨와의 직접 인터뷰 등을 통해 그를 ‘존스홉킨스 의대 동양인 최연소 종신교수’라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일부 취재기자들에게 종신교수라고 적은 명함까지 건넸다.

ⓒ시사IN 정희상최근 문철소씨가 조교수직을 사임한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본관 건물.
이런 행위는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학력 위조나 다름없다. 자기를 허위 과대 포장해 국민과 투자자를 현혹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일한 주변인들은 물론 문씨와 지난 7월 투자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한 평택시청 측에서도 “그의 신분을 믿고 일을 진행했는데 종신교수가 아니라니 충격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인들이 미국 내 대학 사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문씨는 여전히 존스홉킨스 의대 ‘종신직 교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확인 결과 그는 〈시사IN〉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 11월15일 이 대학 조교수직마저 사직했다. 그의 주장대로 ‘종신직 교수’라면 이 대학을 떠날 이유가 하등 없었을 것이다.

문씨는 또 ‘진승현 게이트’의 주범 진승현씨를 감옥에서 형 집행정지로 빼내는 데 간여한 뒤 동업자가 되어 코스닥 상장사 EBT 합병매수와 주가조작을 일삼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승현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만난 적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가 허위 과장 진단에 개입해 진승현씨를 감옥에서 빼내 코스닥 시장 진출 과정에서 동업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2005년 국회 법사위에서도 의원들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추궁하는 등 쟁점이 되었던 사안이다.

검찰 "문씨가 진승현 빼내는 데 간여"

무엇보다 결정적 근거는 진승현씨와 문철소씨의 관계를 나중에 검찰에서 조사해 확인했다는 점이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서울 동부지검 황 아무개 검사는 “내가 서울 중앙지검에 근무할 때 이 사건을 조사했는데 문철소씨가 진승현씨를 형 집행정지로 빼내는 데 간여했다. 문철소씨는 출소한 진승현씨에게 직접 코에 삽관시술까지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그런 조사 기록이 남아 있다”라고 밝혔다.

그 밖에도 문씨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그가 확보했다는 방광암 재발 조기진단 기술이 곧 FDA의 승인을 받고 수조원대 대박을 터뜨릴 것처럼 언론에 허위 과장 선전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지난해까지 그와의 직접 인터뷰 등을 통해 이런 허위 과장 내용을 담은 국내 언론 보도는 수십 건에 달한다.

〈시사IN〉이 보도한 문철소씨 사건 관련 기사는 5개월여에 걸쳐 수천 쪽의 자료 와 여러 증인을 확보해 취재 검증해 들어간 방대한 내용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는 그가 한국에서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는 각종 불법 혐의 증거와 사업 관련 이면계약서 따위도 들어 있다. 또 문씨가 한국에서 수백억원대로 추정되는 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아 투자자 이익에 반해 개인적인 유흥과 사치에 사용하거나 각종 비윤리적 사업행각을 벌여왔다는 증언 및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도 많다.

이같은 문씨측의 반박에 대해 12월28일 언론중재위원회는 ‘기사가 허위라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이상 정정보도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요지로 조정불성립 결정을 내렸다.

문철소씨에 대한 〈시사IN〉의 미국 현지 취재 과정에서 미국의 일부 법률가 중에는 한국 정부와 언론의 수준이 한심스럽다며 비하하는 이도 있었다. 아시아계 중 본국에서 유명세를 탄 일부 인사가 미국에서 발행한 주식을 매개로 모국에 들어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사기성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미국 사법당국은 이를 ‘유색인종범죄(Ethnic crime)’로 따로 유형 분류한다고 한다. 일부 미국 법률가는 한·미 양국을 오가며 법망을 교묘히 피해온 문철소씨의 사업 행각도 그와 유사한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문철소씨 측은 시드런스키 박사의 MSA 진단 원천기술을 발전시켜 상용화 하려는 캔젠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고, 여기에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여러 기업이 투자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정당한 사업’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거짓과 사기 등 각종 불법적 비윤리적 수단방법마저 가리지 않는 행태가 용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황우석 사건은 바이오 벤처 업계의 그런 비윤리적 관행에 쐐기를 박는 계기였다.

한국 사회는 가뜩이나 화이트칼라 범죄나 지능형 사기 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철소씨가 지난 7년간 한국 사회에서 벌여온 각종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인 사업 행각도 바로 그런 차원에서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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