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개발 모델을 얘기할 때 파키스탄을 거론할 정도로 파키스탄 핵 개발사는 북한의 핵 개발 전략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파키스탄의 핵 개발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인도의 핵 개발을 묵인한 데서 비롯했다. 인도와 경쟁 관계인 파키스탄이 안보 위협 해소 차원에서 핵 개발에 뛰어들어 1998년 1차 핵실험, 2005년 2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미국은 이에 대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재와 제재 해제를 무원칙하게 반복했다.

문제는 2차 실험을 전후해 발생했다. 2005년 7월 미국이 인도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협정을 인도와 체결하자 이에 자극받은 파키스탄이 2차 핵실험을 벌였는데, 미국은 불공정하게 파키스탄에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파키스탄은 인도양 최대 요충지 과다르항 자유이용권을 2005년 중국에 팔아버렸다.

일본 열도에서 시작해 동지나해와 남지나해 및 인도양과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쳐놓은 ‘불안정한 활꼴’ 모양의 해상 포위망에 허덕이던 중국은 과다르항 통행권을 확보함으로써 비로소 숨통을 열 수 있었다. 그 뒤 해상 에너지 수송로 보호를 위해 방글라데시의 치타공항과 미얀마 코코 섬의 감청기지 및 스투이항과 중국 쿤밍(昆明)을 잇는 송유관 건설 등 ‘진주목걸이형의 방어선(2005년 미국 국방부 보고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왼쪽 지도 참조). 나진항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은 과다르항을 빼앗긴 아픈 추억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자명 남문희 대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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