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치킨’에서 최근 국산 소와 돼지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롯데마트의 파격적인 저가 육류 공세는 무엇을 노린 행보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롯데마트의 공격적인 ‘노이즈 마케팅’과 이에 따라 돌출하는 사회적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달래기 마케팅’이 어지럽게 펼쳐지는 기현상으로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1월10일부터 한우와 국산 돼지고기를 최대 58%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구제역으로 어려운 축산 농가를 돕는다는 명분도 세웠다. 그러나 일명 ‘통큰 갈비’(1월6~9일 할인 판매한 미국산 LA 갈비)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이번 행사를 당초 예정일 보다 6일이나 앞당겨 실시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산 LA갈비 할인 판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13일로 예정 되었던 한우 할인 행사를 10일로 앞당겨 개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2월에도 한우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이번 행사가 여론 무마를 위해 급히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롯데마트가 이번 행사를 위해 준비한 한우 물량은 총 50톤에 불과하다. 미국산 LA갈비 할인 행사 물량 250톤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양이다. 롯데마트 인근의 소매 정육점 업주들이 일명 ‘통큰 한우’ 행사만큼은 겁내지 않을 정도이다. 청량리역 롯데마트 인근 정육점의 한 상인은 “이번 행사는 고객 유치를 위한 ‘쇼’”라며 “롯데마트가 준비한 물량이 많지 않아서인지 우리 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통큰 치킨에 이어 한우를 미끼상품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한우 생산 농가의 전국 조직인 전국한우협회의 한 관계자도 “롯데마트의 한우 할인 행사는 통큰 갈비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언론플레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직접 방문해 보니 행사를 홍보하는 현수막만 화려할 뿐 준비한 고기는 별로 없었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라며 생색내기식 행사 진행을 비판했다.
롯데마트측, 물량 부족하자 2등급 한우도 납품 요구
롯데마트가 이렇게 갈팡질팡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해 12월 통큰 치킨으로 얻은 ‘달콤한’ 효과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의 반발로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하긴 했지만, 결국 승리자는 롯데마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후 롯데마트는 넷북과 속옷 등을 잇달아 파격가로 내 놓으며 ‘통큰’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2011년을 맞아 가장 먼저 내 놓은 ‘통큰 갈비’가 격심한 반발에 부딪치면서 한우 할인 행사를 앞당기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11일 오후 롯데마트의 서울 청량리 지점 정육코너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원하던 육류를 사지 못했다. 그녀는 “돼지고기를 싸게 판다는 광고를 보고 아들 차 타고 멀리서 왔는데 왜 고기가 없는 거냐”라며 종업원에게 항의했다. 종업원은 익숙한 몸짓으로 행사 전단지에 적힌 ‘조기에 품절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가리켰다. 그만 돌아가자는 아들의 만류에도 한참을 정육코너 앞에서 서성이던 이 여성은 끝내 정가로 판매중인 다른 부위를 구매하면서 이렇게 투덜거렸다.
“멀리서 차타고 왔는데 뭐라도 사야지. 아깝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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