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낸 20억원 상당의 소송은 3건이다. 현재 병합되어 진행 중이다.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면, 이들 소송 가운데 하나인 사건번호 ‘2009가합3151’ 원고는 121명이다. 피고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간부 등 103명이다. 당시 진압에 나섰다가 부상당한 전투경찰 대원 등이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 원고 가운데 172번째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법률상 대표자로 ‘법무부 장관 천정배’ 이름이 올라 있다. 이 소장대로 하면 천정배 의원(아래 오른쪽)이 쌍용차 노조 고소인 가운데 한 명인 셈이다.


소송을 제기한 2009년 8월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경한 전 장관이었다. 당시 김 장관은 파업 현장까지 방문해 경찰을 격려했다. 천 의원은 참여정부 때인 2005년 6월29일~2006년 7월26일 재직했다. 소송과 아무 상관이 없는 천 의원을 원고에 올린 것이다.

원고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곳은 정부법무공단이다. 구충서 공단 변호사실장은 “잘못 기재했다. 바로잡겠다”라고 말했다. 국가 소송을 대행하는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은 얼마전 감사원장에 내정됐다 물러난 정동기 전 민정수석이었다. 정 전 수석은 2009년 7월 스폰서 파문으로 사퇴한 천성관 검찰총장 부실 인사 책임을 지고 민정수석에서 물러났고, 그 뒤 2개월이 지나 2009년 9월17일 정부법무공단 2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었다.

쌍용자동차 진압과 경찰 소송을 진두지휘한 이는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과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위 왼쪽)이다. 강 전 경찰청장은 최근 ‘함바 게이트’ 구설에 올랐다. 그는 건설 현장 밥집(함바) 운영업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기경찰청장으로 대테러 특수부대를 투입해 과잉진압 논란을 부른 장본인은 조현오 현 경찰청장이다. 지난해 8월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조 청장은 “쌍용차 사태를 해결해 10만여 명의 생존권을 지켜내고, 국가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시킨 데 대해 많은 보람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당시 천정배 의원은 “대시민 테러 작전을 보람 있다고 하는 ‘폭력적 파시스트’는 절대 민주 경찰의 수장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개인 성명을 내기도 했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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