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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유독 대학 총장들을 좋아한다. 인수위원장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취임준비위원장에 박범훈 중앙대 총장을 임명했다. 당선자 정책자문위원은 모두 8명을 임명했는데, 이 중 6명이 대학 총장 출신이다.

당선자가 총장 출신 다음으로 선호하는 인물이 삼성 출신 인사인 것 같다. 지승림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부사장,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이 인수위 자문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활약하던 두 사람은 삼성이 ‘차떼기’에 이어 ‘사람떼기’를 했다고 의심받던 인물이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대선 자금 수사로 돈을 직접 보내기 어려워진 탓에 삼성이 MB(이명박)에게 지승림씨와 황영기씨를 보냈다. 그들에게 삼성의 비자금 계좌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황영기 전 사장은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미심쩍은 자금이 포착돼 검찰이 출국금지를 내렸다. 특검이 시작하자마자 소환할 대상에 지승림 전 부사장도 포함돼 있다. 

삼성 출신 대학 총장이 중용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경영관리담당 이사 출신이다.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지내며 삼성의 이익을 대변하던 손 총장은 4년제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신임 회장이 됐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대입 업무를 교육부에서 대교협으로 이관하겠다고 했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가장 좋은 것은 정부가 대학입시 업무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라며 손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참여연대는 “새 정부가 삼성그룹 이건희 일가의 불법행위 진상규명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징표다”라는 논평을 냈다. 김용철 변호사는 “정권이 무서워 삼성 수사를 할 수 없는 분위기로 몰고 간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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