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익(편집위원·환경재단 도요새 주간)정부는 올해부터 바이오 디젤 수요를 9만t에서 18만t으로 늘릴 예정이다. 국내 업계의 생산 능력은 80만t 규모이다. 결국 공장 가동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바이오 디젤을 더 많이 사용할 길을 열어야 한다.
평소 자주 만나는 언론계 선배 중에 김수종이라는 분이 있다. 〈한국일보〉 주필을 지내고 은퇴한 그는 15년 전 브라질 리우 회의를 취재한 것을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왔다. 〈0.6도〉 〈지구 온난화의 부메랑〉(공저) 등 지난 2~3년 사이에 지구 온난화 관련 책을 두 권 펴냈으니 환경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남다른 데가 있다.

그가 최근에 발표한 칼럼 중에 ‘옥수수 먹는 자동차’라는 글이 있다. 무슨 내용이냐 하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석유 수입에 달러를 쓰느니 미국 내 옥수수 재배 농가에 달러를 주는 게 낫다면서 에탄올 생산 장려 정책을 펴자 옥수수 값이 널을 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옥수수를 발효하고 증류하면 에탄올을 추출할 수 있는데, 속칭 알코올로 불리는 에탄올은 가공해 사람이 마시면 술이 되고 내연기관에서 연소시키면 연료가 된다.

에탄올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 휘발유나 디젤 등 화석연료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에탄올 연료의 딜레마는 그 원료인 옥수수가 식량이라는 사실이다. 에탄올이 친환경 에너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에탄올 생산 장려 정책이 전세계 곡물시장의 불안을 가져오고, 곡물 가격이 오르면 열대우림 숲은 농경지 개발로 더욱 빨리 파괴되면서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에탄올 정제 과정에 막대한 전력이 들어가는데 이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진다니,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새삼스러운 깨우침을 얻게 된다.

그런데 얼마 전 바이오 디젤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바이오 디젤은 휘발유 아닌 경유에 혼합해 사용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인데 이 역시 에탄올과 같은 딜레마에 처해 있다. 주된 연료가 식용인 대두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디젤의 사용이 늘어나면 대두 값이 폭등해 세계 곡물시장을 뒤흔들게 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대두 가격이 오르면 바이오 디젤의 원가가 높아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므로 결국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꺼리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가 전하는 새로운 뉴스가 있다. 최근 들어 비식용 식물에서 바이오 디젤을 뽑아내는 기술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트로파라는 열대식물은 독성이 있어 사람이 먹을 수 없으니 곡물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바이오 디젤을 뽑아낼 수 있단다.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중국은 품종 개량을 통해 자트로파 열매의 기름 함유량을 40~60%까지 끌어올렸다. 게다가 자트로파는 토양 보호에도 뛰어나 이미 동남아시아에서는 산사태를 막기 위해 이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자트로파야말로 ‘꿈의 석유나무’라 부를 만하다. 국내 바이오 디젤 업계는 현재 중국 해남도에 자트로파를 대규모로 재배하는 플랜테이션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 바이오 디젤 업계, 자트로파 대규모 재배 추진

우리나라에서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업체는 20곳이 있다. 이들이 종전처럼 대두·팜·폐식용유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자트로파에서 기름을 추출해낸다면 이제는 바이오 디젤 장려 정책을 펼칠 만도 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태도는 아직도 영 뜨뜻미지근하다. 정부는 지난해까지는 바이오 디젤 혼합 비율을 0.5%로 묶어놓았다가 올해부터 1%로 끌어올린다. 이 경우 바이오 디젤 수요는 9만t에서 18만t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내 업계의 생산능력은 연산 80만t 규모에 달한다. 그러니까 공장 가동률은 30%에도 못 미치리라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자트로파 선진국’인 중국의 상하이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바이오 디젤 혼합 비율을 무려 7%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자트로파가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그 역시 정제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며, 디젤 기름이 휘발유에 비해 대기를 더 오염시킬 염려가 있다. 그러니까 최선은 없다는 말이지만 차선, 차차선으로 바이오 디젤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더디게 만드는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장 좋기로야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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