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장하준이다.”(오정원 개마고원 편집자) ‘올해의 책’의 영광에 이어, 출판 편집자들이 꼽은 ‘올해의 저자’ 영예 역시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게 돌아갔다. 출판 편집자들은 ‘올해 가장 주목받은 필자’ 혹은 ‘내년에 꼭 잡고 싶은 필자’를 묻는 질문에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를 쓴 장하준 교수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주었다.

ⓒ시사IN 백승기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은 “장하준은 정치경제학, 혹은 비판적 경제학 독서를 한국에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라고 말했다. 김미정 책세상 편집팀장은 “장하준의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 비판은 머리를 자극하고, 조목조목 명쾌하게 따지며 제시하는 논리와 필력은 감성까지 자극한다”라고 말했다. 〈사다리 걷어차기〉(2004년) 〈쾌도난마 한국경제〉(2005년) 〈국가의 역할〉(2006년)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년)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2008년·모두 부키) 등 경제학 서적을 쉽고 재미있게 써내며 이름을 알려온 장 교수는, 이제 출판 편집자 사이에서도 명실상부한 ‘인기 필자’로 자리 잡았다.

두 법대 교수, 김두식·조국 교수도 주목

인터넷 블로그와 언론 매체에서 꾸준히 서평을 발표해온 도서평론가 이현우씨(필명 로쟈)가 장하준 교수 다음으로 많은 표를 받았다. 이씨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도 ‘주목받은 신인 필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에는 두 배 더 많은 출판 편집자가 그를 주목했다. 첫 책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펴낸 지 1년 만에 또 출간한 서평집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가 그의 내공을 여실히 확인시켜준 덕이다. 이씨에 대해 김윤경 김영사 편집장은 “넓이와 깊이, 스타일을 갖춘 저자”라고 말했다.

두 ‘법대 교수’도 출판 편집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홍성사) 〈불편해도 괜찮아〉(창비)를 펴낸 김두식 교수(경북대 법대)와, 〈진보 집권 플랜〉(오마이북)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공동 저술한 조국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이다. 김두식 교수가 ‘유쾌한 지성 에세이스트’(현암사 김수한 편집주간)라면, 조국 교수는 ‘균형감 잡힌 시선과 열정을 지닌 학자 겸 행동가’(이재현 푸른숲 편집자)이다. 법학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인권 사각지대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는 점은 두 저자의 공통점이다.

출판 편집자들은 ‘올해의 책’으로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를 꼽으면서 동시에 ‘올해의 저자’로 김용철 변호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저자가 그동안 겪은 일과 앞으로 더 해야 할 일을 고려한 선정이었다. 이재두 뜨인돌 인문교양팀장은 “저자가 비리 공화국 삼성에 대한 단순한 폭로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해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아프지만 의미 있는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해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올해를 빛낸 저자 중 한 명으로 꼽았다”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많은 필자가 출판 편집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라는 소신으로 평소 책을 안 내겠다고 공언해오다가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칼럼집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한겨레출판)를 냈다는 언론인 김선주씨는 임중혁 양철북 편집장에게 “그는 최고다. 요 몇 년 사이 가장 빛나는 에세이를 읽었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푸른숲)의 저자 엄기호씨도 여러 출판 편집자들이 “글 실력과 사유력이 뛰어나다”라고 평가했다.

〈철학 VS 철학〉(그린비)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동녘)을 펴낸 철학자 강신주씨와 〈더블〉(창비)을 쓴 소설가 박민규씨도 출판 편집자들 사이에서 올해를 빛내고, 앞으로도 빛날 가능성이 높은 저자로 꼽혔다. 특히 박민규씨에 대해 강미영 민음사 편집부장은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하여 결코 기대를 저버리는 법이 없는 소설가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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