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이 책은 축구(월드컵을 포함해)에 관해 한가로운 관전자적 인상기나 직관에 의지하는 문필가적 수사가 아니라, 고고학적·도서관학적·인류학적 지식과 방법을 흡사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처럼 자유자재로 적용한 유례없는 결실이다. 한편으로 테리 이글턴의 저작도 기억할 만한데, 이글턴은 올해에도 〈신을 옹호하다〉와 〈반대자들의 초상〉으로 비판적 이성의 ‘최후의 만찬’을 보여주었다. 〈반대자들의 초상〉에서 이글턴은 문화학의 대부 스튜어트 홀에 대해 (스피박을 지적 잡상인처럼 취급한 것과 달리) ‘민첩하고 쾌활하게 시대를 초월하여 쟁점을 물고 늘어지며 은유적인 풍성함과 논쟁적인 주먹질’을 보여준다고 썼다.
이 찬사는 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문화비평 참여자들이 소망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장르 문화의 정보 ‘중개업자’로 미디어에 나와 객쩍은 소리나 하는 한가로운 족속이 아니라, ‘흉터를 지닌 과묵한 베테랑’으로서 ‘지성적인 랩을 대량으로 내놓을 수 있는 즉흥 공연의 거장’, 곧 스튜어트 홀과 같은 경지를 펼치는 것이 이 시대 문화비평가들의 갸륵한 소망이라고 하겠는데, 그 2010년의 예증이 〈축구란 무엇인가〉이다. 이 책은 단순한 축구 서적이 아니라, 현대 인류가 어떤 문화적 제의를 통해 생성과 소멸의 무도회를 극단으로 추구했는가를 흥미롭게 풀이한, 문화 연구자들이 지적인 설계 모형으로 삼을 만한, 구조와 형식과 내용을 지닌 격조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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