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체포된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최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인터뷰에서 “더 나은 감시는 정부는 물론 회사 등 모든 사회 조직에서 부패를 줄이고 더 강한 민주주의를 만든다”라고 말하면서, 권력 남용을 규제하기  위한 ‘정보 공개 혁명’을 선언했다. 국제 정치와 외교 현장에 일대 충격을 가한 위키리크스의 ‘혁명’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노회찬 (마들연구소 이사장·진보신당 전 대표)
분명한 것은 어산지와 위키리크스가 아니더라도 이 같은 도전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이었을지언정 이젠 늘 일어날 수 있는 당대상문(當代常聞)의 일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우리가 ‘인터넷’이라 부르는, 인간의 지적 활동과 생산의 결과물이 거대한 컴퓨터 통신망의 집합체로서 새로운 지구를 이미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가 초래하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사람과 사람 간 관계의 변화이며, 이에 기반한 소통의 혁신이다. 석기·청동기·철기의 발명이 소재의 변화를 넘어 새로운 문명을 창출한 것처럼, 인터넷 시대라는 문명사적 전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시대적 화두가 된 것이다.

조희정 교수가 쓴 〈네트워크 사회의 정치와 민주주의〉는 바로 이러한 물음에 대한 체계적 답변서이다. 봉화와 파발마로 소식을 전하고 신문고로 여론을 알리던 시대와 인터넷 시대의 가장 큰 양과 질의 변화는 바로 민주주의의 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있는 정부·정당·시민사회야말로 존립 요건과 존재 방식, 그 기능과 역할이 역동적인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네트워크 사회의 정치와 민주주의〉 조희정 지음/서강대학교출판부 펴냄
가장 큰 장점은 인터넷과 정보화 시대에 관한 우리의 단편적인 지식과 체험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줌으로써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미래 가능성을 예측하게 도와주는 데 있다. 이 같은 바탕 위에서 이 책은 정보 공유를 통해 권력 독점이 해체되고 다수의 힘이 증가하는 지금의 인터넷 환경에서 정부·정당·시민사회의 새로운 실천 전략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길지만 인터넷 ‘이전’과 ‘이후’로 민주주의의 양과 질은 격변을 겪고 있다. 인류문명사에서 가장 광범위한 단위로 시민이 주체로 떠오르고, 네트워크로 구성되는 시민의 사회가 탄생하고 있다. 새로워진 민주주의의 조건은 새로운 정치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정당·시민사회는 이에 답할 준비가 되었는가?

기자명 노회찬 (마들연구소 이사장·진보신당 전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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