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조금 일하고 많이 쉬고 많이 받고, 또 더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다니기 마련인데 그것은 사실 보스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보스가 되는 것은 좀 더 좋은 자동차와 좀 더 맛있는 음식과 좀 더 많은 돈을 받는 대가로 좀 더 많은 고민과 좀 더 많은 일과 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물론 보스는 스태프들의 입사 면접 때, 너무나 일하고 싶다던 맹서는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맹서가 ‘너무나 놀고 싶다’로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도 너무 잘 안다. 그러니 “너 들어올 때 열심히 일하겠다며? 일이 좋다며?”라고 따져 묻는 것은 객쩍은 일이다.
그렇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 아니던가? 하여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일도 하고 회사도 돌아가고 아쉬운 대로 잘 쉬기도 하고 어쩌고 하기 위해서는, 그런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폭풍처럼 일하고 폭풍처럼 쉬게 해주는 방법 말고는 묘안이 없었다. 스태프들에게 일 년에 한 달을 쉬게 해주고 그 한 달 동안 어디든 가고 싶은 곳에 비행기 표를 끊어주는 것, 회사를 다니며 대학원이나 다른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눈 딱 감고 지원해주는 일 따위는 사실 폭풍처럼 더 일하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을 회사 밖 사람들은 ‘놀면서 일하는 회사’ ‘즐거운 일터’로 착각하지만, 그렇게 놀고 즐기는 호사를 누리기 위해서 그 나머지 시간에 당하는 혹사는 뭐 대략 예상하시는 대로다. 물론 그 정도 호사를 누리게 해주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재계 순위를 다투는 대기업도 아니고, 기껏 스물댓 명이 모여서 한 해 벌어 한 해 먹고사는 주제에 사실 좀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보스라는 자리도 결국 노는 것을 목적으로 일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보스를 스태프와 같은 위치에 놓고 보면 스태프들을 놀게 해주는 딱 그만큼 보스도 놀 수 있게 된다. 같이 일하고 같이 노는 사람이 된다.
일하는 게 노는 것이고 일이 좋아서 일한다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직장이라는 곳, 결국 일을 해야 하는 곳에서 일하지 않고 놀고 싶은 욕구를 채우려면, 그러면서 일도 잘 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질풍처럼 일하고 폭풍처럼 노는 것만이 능률과 욕심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호모루덴스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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