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98세대가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선봉에 서게 되었을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20대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이들은 낀 세대다. 386세대와 88만원 세대 사이에 끼었다고 해서 이들을 298세대(386-88=298)라고 부른다. 1990년대 초·중반 학번으로 35~40세(넓게는 30~40세)인 이들은 대학에 들어갈 즈음 ‘신세대’ ‘신인류’ ‘오렌지족’ ‘X세대’라고 불리는 소비 세대였다.

부모 세대가 이뤄낸 산업화와 선배인 386세대가 이뤄낸 민주화의 성과로 풍요와 번영의 시기를 보낸 298세대는 배낭여행과 어학연수 세대이기도 했다. 해외여행 자유화와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정책에 맞춰 유행처럼 대학생들이 외국으로 나갔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몸으로 체험한 첫 세대인 셈이다. 반미 감정 때문에 팝을 금기시했던 386세대와 달리 미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일본 만화와 영화도 포용했다.

문화적 욕구가 충만한 이들은 넘치는 소비 성향으로 대중문화의 중흥기를 일궈냈다. 서태지를 시작으로 HOT까지 ‘아이돌’ 스타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고, 〈질투〉 〈마지막 승부〉 등 트렌디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이병헌·배용준·장동건·고현정·이영애·김희선 등 이들 세대의 스타들은 이후 20년 동안 권좌를 유지했고 한류의 중심에 있었다.

ⓒ동아일보1990년대 청년문화를 대표하는 서태지.
물론 이 세대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991년 이른바 분신 정국과 1996년 연대 사태는 깊은 정신적 상처를 남겼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에는 298세대도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되었지만, 경기가 반짝 회복되었을 때는 소비성향 과잉으로 카드대란의 원흉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전 세대나 이후 세대와 비교해보았을 때 단맛을 가장 많이 본 세대가 이들이라는 점이다.

그때 그 오렌지족이 지금 ‘놀쉬돌’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5~40세는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큰 연령대로 나온다. 실용을 추구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낭만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반감을 넘어선 혐오의 대상이다. 그래서 전 세계 시위 역사에 전무후무한 유모차 부대를 구성해 촛불집회에 나가기도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야당 지지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독설닷컴)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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