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문제아’들이다. 범죄를 저질러 법원에서 2년 이하 보호처분을 받고 안양여자소년원(바뀐 명칭은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에서 지내는 10대들. 고씨는 이들에게 ‘똑딱이’ 사진기를 하나씩 쥐여주었다. 처음에는 이론 수업을 병행했지만 포기했다. 10분 이상 집중하지 못했다. “카메라랑 놀게 하자”라고 방향을 바꿨다. 이들이 담아낼 수 있는 세상은 소년원의 교실과 운동장, 기껏해야 작은 화단이었다. 하지만 누워 찍고 옆으로 찍고 흐리게 찍고 생략해 찍고…, 이들이 삐딱하게 찍은 세상은 무한 확장되었고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재개발로 이주민들이 떠난 아파트 빈 공간을 첫 번째 개인전 주제로 잡았던 고씨는, 이후 청와대·국회 등 권력 공간에 천착하다 교도소에 이르렀다. 그때, 아이들을 만나서 새삼 ‘절망적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웠다. 그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단 하나. 자신의 내면을 여행하는 법. 그 여행을 잘한 사람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결과가 일반에 공개된다. 12월27∼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소통〉전이다. 그의 한 가지 바람. ‘학교’에 암실 하나 있었으면. “현상·인화의 과정을 통해 느림·인내·기다림의 결과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다”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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