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주었다던 한만호 ㅎ건설 전 대표가 12월20일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면서 한 전총리측과 검찰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당황한 검찰은 법정에서 자기쪽 증인이었던 한씨를 상대로 오히려 “왜 진술을 번복하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추궁을 해야했고, 공판 직후에는 구치소까지 찾아가 한씨를 다시 추궁했다. 한씨 주변 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공판 직후 검찰이 한씨에게 두 번이나 소환을 통보했으나 한씨가 이에 응하지 않았고(한씨 사건은 이미 기소가 되어 검찰 손을 떠났기 때문에, 한씨는 소환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다급해진 검찰은 한씨가 수감되어 있는 구치소로 직접 찾아왔다고 한다. 법무부가 12월21일 입법예고한 형법개정안에는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에 반해 한명숙 전 총리측은 한층 느긋해진 표정이다. 당초 12월20일 공판을 준비하면서 7명으로 구성된 한 전 총리측 변호인단은 변호사 1명당 100여개씩 7백개가 넘는 반대 심문 자료를 준비했었다. 검찰측 핵심증인인 한만호 전대표를 상대로 어떻게든 한씨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혀 뜻밖에도 한씨가 스스로 진술을 번복하면서 그 700개의 예상 질문도 아무 쓸모가 없게 됐다. 

ⓒ시사IN 조남진지난 해 12월18일 '곽영욱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될 당시 심경을 밝히는 한명숙 전 총리와 배석한 이해찬 전 총리

공판 이틀 후 여의도에서 만난 이해찬 전 총리(‘한명숙 공대위’)는 이런 반전에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을 맡는 걸 부담스러워 했다. 우리야 한 전총리가 무죄라는 걸 확신하지만, 관련 증거는 하나도 없이 오로지 돈을 주었다는 한씨의 증언만 있는 상태에서 그 논리를 깨고 재판부에 ‘무죄 확신’을 주기가 쉽지 않다고 여긴 것 같다. 그래서 ‘곽영욱 사건’을 맡은 백승헌 변호사팀에 또다시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낀 한씨가 뜻밖에 진술 번복을 하면서 다시한번 검찰의 무리수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변호사가 필요 없을 것 같다”라는 농담도 던졌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여러 번의 공판이 남았고, 그 사이 또 어떤 반전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해찬 전 총리는 “‘곽영욱 사건’으로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았던 검찰이 다급하게 꺼내든 카드가 이번 사건이다. 검찰로서는 만회가 필요하기 때문에 또 어떤 수작을 벌일지 모른다”라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한명숙 전총리는 철의 여인으로 거듭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해찬 전 총리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막 이 전 총리 사무실로 들어서려던 한명숙 전 총리를 만났다. 한 전총리는 “그동안 가슴 전체가 꽉 막힌 듯하고 사람 만나기가 싫을 정도였는데, 어제야 밥을 좀 먹었다”면서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희망했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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