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머리 위에 아기 주먹만 한 잿빛 소쩍새 새끼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고양이 두 앞발 사이에도, 가슴팍 근처에도 크고 작은 소쩍새 여섯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고양이나 소쩍새나 비슷하게 생긴 눈망울로 빤히 쳐다보고 있는 이 그림의 제목은 ‘가족의 탄생’. 고양이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캣(박은경·31)의 개인전 〈나는 숲으로 간다〉(서울 인사동 윤갤러리, 12월21일까지) 전시장 벽에 걸린 신작 그림 12점 가운데 하나이다.

박씨는 11년 전부터 고양이를 그려왔다. 함께 사는 고양이 네 마리가 모델이 되기도 했고 친구네 집 고양이, 길 가다 만난 고양이를 그림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시사IN 백승기
떡방 앞에서 게걸스럽게 입맛을 다시는 고양이, 꽃과 보석 사이에서 미모를 뽐내는 고양이, 어두운 숲속에서 신비한 야생의 이미지를 풍기는 고양이 등 박씨 그림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지만 그들이 그림 밖으로 뿜어내는 눈빛은 모두 똑같다. 박씨 말에 따르면 ‘인간과 같은 여러 가지 생생한 감정들이 담겨 있는’ 눈동자들이다.

박씨는 고양이 아닌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호랑이와 표범 같은 고양이과 동물은 물론 ‘고양이와 닮은’ 부엉이·소쩍새도 고양이와 비슷한 표정으로 그림 속에 자주 앉아 있다. 박씨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서로 모습은 다르지만 같은 마음의 바탕을 가진 진화의 형제들이다”라고 말한다. ‘가족의 탄생’ 속 고양이와 소쩍새가 피를 나눈 형제 같고, 그림을 보는 사람도 그들과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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