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의 발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중국을 ‘떼쓰는 아이’ 또는 ‘무능한 중국 외교 관리’로 표현한 것은 천 수석 개인의 견해라기보다는, 현재 미국통·일본통으로만 짜인 외교안보 라인 전체의 중국에 대한 시각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싶다.
근저에는 강력한 한·미·일 동맹의 복원을 꿈꿔온 이 대통령의 생각이 깔려 있다. 중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동북아시아의 상황을 과거 냉전 수구 체제로 다시 되돌리자는 것이냐”라며 의구심을 표시해왔다. 한·중 관계는 결국 이명박 정권 출범과 함께 삐걱거릴 수밖에 없는 길을 걸어온 셈이다.
중국이 보내는 신호는 한결같다. 중국이 북한의 편을 들었다고 탓하기에 앞서, 한국의 지나친 대미 편중 외교가 중국을 코너로 몰았다는 선행 책임론이다. 중국 측의 이런 주장이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국도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변명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속내를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해야 하는 외교 라인에 중국통이 없다는 점이다. 류우익 현 주중 대사는 비전문가 교수 출신인 데다 중국어 구사 능력이 부족하고, 전략도 부재하다는 평을 듣는다. 천안함 사태 때 류 대사가 중국 외교부나 당 대외연락부 간부들과 접촉조차 제대로 못한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존 헌츠먼 주중 미국 대사나 일본·영국·프랑스 주중 대사들이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국 전문가’인 것과는 달리, 우리 외통부에는 ‘중국 근무 전문가’들만 널려 있다. 이른바 일부 로열패밀리 외교관들이 경력 관리를 위해 미국·일본·중국 등 빅3 공관을 순환 보직처럼 옮겨 다니면서, 철새들만 들끓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외교부 내에서조차 터져나오는 현실은 현재 한국 외교가 처한 위기를 그대로 말해준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진짜 전문가다운 전문가를 배치하는 인적 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냉정한 방관으로 어부지리를 얻는다(冷眼傍觀, 坐收漁翁之利)’는 중국의 전략을 꿰뚫고 대응할 수 있는 진짜 중국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삐걱거리는 한·중 외교를 정상화하고, 지정학적 위치에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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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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