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김인규 선배님, 그만 KBS에서 나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제 생각에 선배님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습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습니다. 그만 물러나 주십시오.”

12월8일 방송 예정이었던 KBS 〈추적 60분〉 ‘4대강 편’ 방영이 불발되자 제작진 중 막내인 김범수 PD(31)가 이튿날 KBS 사내 게시판에 올린 격문이다. 말단 사원이 사장 퇴진을 요구한 이 글은 올리자마자 곧 삭제되었지만 언론노조 KBS 본부가 외부에 공개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김 PD는 6개월 전 〈추적 60분〉이 보도본부 소속으로 이관될 때 이런 사태가 올 것을 예견하고 항의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PD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주창했던 그 글 역시 곧 삭제되었다.

프로그램과 관련된 그의 고난은 〈생방송, 시사투나잇〉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11월, 경영진의 강압에 의해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 그는 마지막 제작진 중 한 명으로 종방 엔딩 크레딧을 지켜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KBS 측은 김 PD가 한국방송공사와 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젊은 PD의 용기를 응원하며 그의 고발정신에 박수를 보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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