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이 대선 겨냥 행보에 들러리를 설 수는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개 토론을 제안한 12월7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튿날에는 “학부모 집단의 경제적 위상을 드러내는 지표로 중식 지원 비율만한 것이 없다. 72% 학교도, 0.3% 학교도 있다. 몸서리쳐지는 격차가 아닐 수 없다”라는 글을 올렸다. 오 시장의 ‘복지 포퓰리즘’ ‘부자 급식’ 프레임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셈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무상급식 현장을 찾았다. 서울시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 중인 성북구의 숭인초등학교다. 성북구는 지난 6월 당선된 김영배 구청장의 공약에 따라 10월부터 24개 전체 공립초등학교 6학년 학생 3945명 전원을 대상으로 8억1600만원을 들여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12월8일 낮 12시10분. 400석 규모의 지하 1층 식당에 들어섰다. 이날 메뉴는 김치볶음밥과 어묵우동, 고구마샐러드, 오이무침이었다. 왁자지껄한 학생들로 식당에 활기가 돌았다. 이 학교 6학년 신승연양(12)은 중학교·고등학교에 각각 다니는 언니 둘이 있다. “엄마가 나라도 급식비를 안 내서 다행이래요.” 이 학교 한 달 급식비는 우유 값을 포함해 4만~5만원선이다. 무상급식 이전, 신양의 반에는 저소득층이라 급식비를 이미 지원받던 친구들이 있었다. 반 아이들 대개 누군지 알고 있다. 신양은 “차라리 평등하게 다 같이 안 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무상급식 실시 전에는 숭인초 6학년 총 137명 중 15명이 급식비 지원을 받았다.
 

ⓒ시사IN 조남진서울시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 학생들이 김치볶음밥을 먹고 있다 .


배식을 맡은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돈 잘 버는 부모들한테는 (급식비가) 큰 부담이 아닌데 거기까지 안 내도록 하는 건 비효율적인 것 같다”라는 의견이 있는 한편, 다른 학부모는 “의무교육이니까 그 안에 급식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학교 안혜경 영양사의 일은 곱절로 늘었다. 하지만 무항생제 한우 등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안 영양사는 “50대보다 20대 신체에 더 잔류 농약이 많다고 한다. 어렸을 때 어떤 걸 먹이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 친환경 재료니까 사과 같은 경우 껍질째 먹도록 유도하기가 편해졌다”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교육청은 저소득 계층의 자녀에게만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초등학생 전학년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한 해 총 2533억원(1인 1식 2457원 기준)이 소요된다. 서울시 교육청이 1162억원을 내고, 나머지 비용을 시와 지자체가 보전한다는 전제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이 강경하게 나오면서 그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대전·충남·울산 교육청 또한 지자체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선희 학교급식네트워크 사무처장은 “합천같이 작은 지역에서 전면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지만 시·도처럼 큰 단위에서 보편성을 띠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도의회에서 무상급식 예산안이 통과된 경기도의 경우 31개 시·군 가운데 27개가 내년도 예산안에 초등학생 무상급식비를 편성하기로 했다. 12월8일, 이 와중에 국회는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예산안을 전액 삭감했다. 갈 길 먼 무상급식이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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