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는 인터넷 시대의 언론 자유 문제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제까지 언론은 사실을 취재해 선택하고 배열했다. 언론사가 사실을 선택하고 편집하는 과정에 국가기관의 간섭과 검열이 끼어들 수 있었다. 정부가 국가 기밀이나 안보를 이유로 보도 자제 요청을 하거나, 언론사 자체 내부의 판단에 따라 특정 보도의 수위를 조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자료 유출은 다르다. 한번 번져나가면 검열할 수도, 그 흐름을 막을 수도 없다. 일단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공개되면 그것은 둑에 뚫린 작은 구멍이 순식간에 댐을 터뜨리는 것처럼 걷잡을 수 없는 정보의 격류를 낳는다.
미국 정부, 공무원들에게 “유출 문건 보지 말라”
자신의 사생활이 새고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한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의 외교 전문 디지털 유출에 이전의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대응했다. 위키리크스에서 흘러나간 비트 액체가 인터넷을 흘러 다니자 미국 정부는 1900만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에게 유출된 외교 문건을 보지 말라고 명령했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이루어졌고, 에브리DNS넷(EveryDNS.net)은 접속 폭주를 핑계로 위키리크스 도메인 네임을 회수했다. 클라우딩 컴퓨터 서비스의 선두주자 아마존은 위키리크스 웹호스팅을 중단했다. 아마존은 클라우딩 컴퓨터 서비스가 ‘정치 천둥’을 맞아 감전사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마존이나 도메인 대행회사 등 ‘중간 전달자를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검열 방식’은 왠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이게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수정헌법 제1조에 어떤 법률로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금지할 수 없도록 한 미국의 이야기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헌법 제1조에 명시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부정했고, 미국의 대표적 IT 기업들은 중립성을 내팽개쳤다. 정부 사생활의 엄청난 누출에 당황한 그들은 한번 흘러나간 비트는 막을 수도 없고, 주워 담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이것이 2010년 인터넷 세상의 한 단면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이를 ‘테크노 지하드(성전)’라고 비난하면서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뉴트 깅리치 공화당 의원은 위키리크스를 당장 이 세상에서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런 정보 폭탄을 애당초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국방부와 국무부가 정보 테러의 원료를 조달해준 셈 아닌가.
진실이 거짓말 제국에서 범죄가 되다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의 반격 또한 거셌다. 해커들은 위키리크스의 도메인을 지워버린 EveryDNS.net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페이팔(Paypal)과 위키리크스 계좌를 막은 스위스 포스트파이낸스(Postfinance)에 대한 해커들의 공격으로 페이팔 블로그가 다운되고, 포스트파이낸스의 웹페이지가 다운되었다.
외교 전문의 유출 내용과 별개로 이후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연쇄적 사태는 인터넷과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마존과 페이팔은 협박에 못 이겨 혹은 스스로 서비스 제공을 철회했지만, 위키리크스의 뜻에 공감하거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거나 혹은 단순히 자료를 공개하는 데 동의하는 수많은 사람과 조직이 위키리크스에 미러 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30쪽 관련 기사 참조).
결론은 지구상에서 위키리크스를 없앨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인터넷은 과거와 달리 사이버 독립선언으로 자유를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이 이미 아니다. 국가 혹은 정부의 권력이 무력을 행사하고 규제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지만 위키리크스 사례처럼 권력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기도 한다. 범지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 미국의 국익과 테러 방지를 위한다는 명목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둘 중 하나가 이길 것이다.
나는 위키리크스가 이미 이 싸움에서 이겼다고 본다. 누출된 외교 전문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엎질러진 물은 디지털 비트로 바뀌어 여기저기 온 세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어샌지를 구속하고 법정에 세우고 암살하고 무슨 짓을 해도 비트는 시퍼렇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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