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1년 간 진행된 ‘4대강 국민소송’의 낙동강 사건은 A4 한 장짜리 판결 요약문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12월10일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하천공사시행계획 취소소송' 선고에서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관계 법령이 절차규정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12월3일, 한강에 이은 2번째 기각 판결이다. 이로써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9시 50분경, 예정된 시간보다 십여분 앞서 문형배 판사가 기각 사유를 밝혔다.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대운하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홍수예방과 수자원 확보라는 사업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사업시행에 따른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사업시행의 계속 여부, 그 범위를 판단하는 문제는 사법부가 감당하기 버거운 주제임에 틀림없다.” 판결을 듣던 원고측 대리인인 정남순, 이정일, 박서진 변호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정부측에선 서규영 변호사 혼자 나와 있었다.

문 판사는 특히 “사법부는 적법성 여부를 심사하는 데 적합한 구조이지, 적절성 여부를 심사하는 데는 구조적, 경험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라며 원고의 입증만으로는 행정부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 6,129명의 원고 중 미성년들은 원고에 부적격하다며 각하 판결했다. 원고 쪽 변호인은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선고 이후 원고측 정남순 변호사는 “적법성과 적절성을 논하는 부분에 동의하기 어렵다. 내 법 상식으로는 절차적 적법성과 실질적 적법성을 명확하게 분리해서 가는 게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환경과 관련한 행정소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정일 변호사도 “판결문 전문(154쪽 분량)을 꼼꼼히 읽고 다음 재판(2심)을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안희태

이상돈 운하반대교수모임 공동대표는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에 규정된 법적 절차를 정부가 어떻게 위배했는지 소송 과정에서 주로 다투었다”라며, 그런데도 적법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재판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원고 측 증인으로 수차례 재판에 섰던 박창근 교수(관동대)는 허망한 표정으로 “문형배 판사가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렸다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환경시민단체 또한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 판결의 경우 다른 강에 비해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를 하고 있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버겁다는 판결 내용 자체가 재판부의 자기고백이다. 날치기 예산통과로 의회민주주의가 사망한 데 이어 사법정의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위법한 사항은 있지만 위법한 게 아니라는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원고대리인과 시민단체는 다음 항소심까지 4대강 사업의 위법성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 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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