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촉발된 안보 정국에서 승자는 없었다. 여의도 정치인들을 놓고 보면 더더욱 그렇다. 〈시사IN〉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지도자를 묻는 질문에 박근혜(29.3%), 유시민(7.4%), 손학규(5.2%), 김문수(5.1%), 오세훈(4.6%), 정동영(3.9%), 이회창(3.7%), 한명숙(2.7%) 순서로 나타났다. 기존 순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무응답’층은 기존에 비해 10% 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대북 이슈를 압도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불식시킬 정치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30%를 웃돌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지지도 하락세가 눈에 띈다. 박 전 대표는 연평도 포격 직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라는 등 강력 대응론을 내놓으며 적극 행보에 나섰지만, 그것이 지지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가 안보에 관한 한 유독 강한 것으로 각인되었던 박 전 대표의 이미지가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셈이다.

윤희웅 KSOI 수석전문위원은 “여자라는 점이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 약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라고 풀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북 문제를 가장 잘 다룰 정치인은 누구냐’를 묻는 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목률(23.6%)은 더 내려앉았다. 2006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북핵 위기가 터졌을 때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율을 역전당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반면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지목률은 두 배(7.8%)로 뛰어올랐다. 그 뒤를 유시민(6.1%), 손학규(6.0%), 이회창(5.6%), 김문수(4.3%)가 이었다. 정 최고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재개하는 등(36~37쪽 인터뷰 참조) 대북 문제에 관한 한 비교우위에 있는 본인의 강점을 살려나가고 있다. 다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에 비해 반토막이 난 터라 그 역시 마냥 웃을 처지만은 아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전당대회 직후 10%를 웃돌던 지지율의 거품이 빠지는 추세다. 하지만 잠행하던 시절에 비하면 여전히 두 배로 뛴 수치라 기본 지지선에는 올라섰다는 평이다.

한반도 긴장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남북 이슈는 차기 대선에서도 영향력 있는 의제가 될 공산이 크다. 윤희웅 위원은 “여론 동향을 보면 국가 안보를 강화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안보 불안을 해소할 평화 구축에 대한 지향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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