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기 제공공사 직후부터 새만금의 생태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집단 폐사한 동죽조개들.
현재 새만금은 28.7km에 달하는 방조제가 모두 막힌 후 겨우 배수갑문 두 개(총길이 540m)를 통해서만 해수 유통이 되고 있다. 그런데 그것도 닫아 놓는 때가 많아서 유통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방조제 내측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고, 조석 간만의 차이도 최대 7m에서 1m 내외로 줄어들었다.

숭어 집단 폐사…철새 11만 마리 감소

만경강과 동진강이 흘러내려와 새만금 지역에서 바다와 자유롭게 만나는 기수역을 포함해 대단위 갯벌이 형성되었던 ‘염하구 갯벌’의 기능도 상실해가고 있다. 예전처럼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지도 않고 많이 빠지지도 않아서 끝막이 이전의 상부 갯벌 지역은 대부분 조상대로 변했고, 하부 갯벌 지역은 조하대로 변했다. 갯벌 면적이 95% 정도나 감소한 것이다.
바닷물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지역은 갯벌이 메말라 붙어서 사막처럼 변했다. 그곳 갯벌에 살던 조개나 갯지렁이, 게 같은 수많은 생물도 죽었다. 방조제가 막힌 지 채 보름이 되지 않아서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면 메말라버린 갯벌로부터 모래와 소금가루, 그리고 생물들이 죽어서 풍기는 썩은 냄새가 주변 마을을 덮쳐 주민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러자 한국농촌공사 측은 주민을 동원해 일부 지역에 염생식물과 보리를 심기도 하고, 볏짚을 엮어서 덮어놓기도 했다. 새만금 지역에 광활하게 펼쳐졌던 염습지도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거북등처럼 갯벌이 갈라지기도 했고, 일부 메말라버린 갯벌의 수로 주변에는 육상식물이 서식하기 시작했다.

바닷물은 호수처럼 정체되었다. 잠시 배수갑문을 닫아놓을 때면 바닷물이 흑갈색으로 변하는 적조현상이 자주 발생했고, 누런 거품이 물가를 뒤덮었다. 그때마다 닫혀 있던 오염된 물을 빼내기 위해 배수갑문을 모두 열어 해수를 유통시켰다. 또한 물살이 약해지다 보니 강물에 섞여 내려온 작은 알갱이로 된 토사가 가라앉아 물컹물컹한 죽뻘이 쌓이고 있다. 죽뻘이 쌓이게 되면, 갯벌 속으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그나마 살아 있던 패류들이 폐사하고 백합도 껍질이 검은 막으로 덮이게 된다.

내측 바닷물의 염분이 낮아지면서 백합의 육질도 연해졌다. 꽃게·새우도 거의 사라졌고, 일부 숭어·전어·풀망둥어만이 겨우 조금씩 잡히고 있을 뿐이다. 2007년 7월 초에는 숭어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농촌공사 측은 이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사람들을 동원해 폐사한 숭어를 자루에 담아 모두 트럭에 싣고 나가 흔적을 없애버리기도 했다.

ⓒ주용기제공지난 5월 김제 거전갯벌에서 죽은 채 발견된 붉은어깨도요.
새만금 갯벌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는 도요새·물떼새도 심각한 생존의 위협에 처해 있다. 조류 보호단체인 ‘새와 생명의 터’와 ‘호주·뉴질랜드 도요·물떼새 연구단’이 2006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한 ‘새만금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06년에 19만8000마리에서 2007년 8만7000마리로 11만 마리 정도가 감소했다. 지난 가을에는 메마른 갯벌에서 죽어 있던 도요새·물떼새 100여 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6m 이상의 ‘큰 파도’까지 발생

방조제 외측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1호 방조제 외측의 합구마을 앞 갯벌에서는 주민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뿌린 백합 종패들이 폐사해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 겨우 2년 전에 한국농촌공사 측이 백합의 대체 서식지로 적극 홍보했던 곳이다. 방조제로부터 30km 이상 떨어진 위도면 치도리 앞 갯벌과 서천군 유부도 갯벌은 모래갯벌이 점점 뻘갯벌로 변하면서 백합이나 동죽, 바지락 등이 폐사하거나 줄어들고, 개맛이 증가하고 있다.

변산과 고사포 해수욕장, 고창 만돌리 해수욕장에서도 모래가 깎여나가는 등 해안 침식이 발생하고 있다. 어민들의 증언대로 외측에서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면서 일부 지역은 유속이 빨라지고 서해안 전체의 유속은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하루에 바닷물 72억t이 밀물과 썰물에 의해 방조제 내·외측으로 왔다 갔다 하던 것을 이동하지 못하도록 거대한 방조제로 가로 막아버린 탓이다. 그 영향은 목포부터 경기만 지역까지 서해안 전체에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일 피해도 증가했다. 2006년 3월과 2007년 4월 두 번에 걸쳐 6m 이상의 ‘큰 파도’로 인해 변산의 몇몇 포구에 묶여 있던 어선들이 뒤집혀 파손됐고, 위도면 진리마을은 어선 파손뿐만 아니라 주택까지 바닷물과 갯벌에 침수되거나 뒤덮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조제가 막히면서 바닷물의 흐름과 파랑의 힘이 분산되지 않고 한곳에 집중됐기 때문에 발생했을 것이다.

더욱이 방조제를 완공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바닷모래를 퍼올려 사용하고 있어 방조제 외해역의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어장 피해도 심해지고 있다. 2007년 4월3일 정부가 간척지 중 일부를 농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변경한 이래, 얼마 전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한 새만금특별법으로 내부 토지 이용을 더욱 가속화한다면 더 많은 바닷모래와 육상 토사가 사용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해양 생태계 파괴는 더욱 심각해지리라 전망된다.

기자명 주용기 (새만금생명평화전북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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