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씨(46·사진)는 이른바 ‘운동권’ 심리학자다.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심리학에 대한 기대를 접고’ 비합법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1991년 사회주의권이 무너질 때였다. 1994년부터 수배 생활을 시작해 2003년이 되어서야 신분이 회복됐다. 그가 10년 현장 생활을 하면서 주로 살핀 건 노동자들의 ‘마음’이었다. 노조의 전략전술이 주로 파업의 승패에 맞춰졌다면, 그는 이겨도 노동자의  마음이 편할지 걱정했다. 지더라도 마음이 덜 다치는 전략을 택했다. “싸움에서 이기고도 노조가 깨지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의 경우 관리자들과 얼굴 맞대는 게 굉장히 힘들다.” 자신 역시 몸이 망가졌다. 우울증도 왔다. 그러다가 우연히 대학 동창에게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세상을 알고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내 마음을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깨달음. 그래서 다시 심리학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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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고나 생각이 사람의 마음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고 본다. ‘동기’와 ‘감정’이 합리적인 사고를 압도한다는 것. 시금치를 싫어하는 아이가 시금치가 썩었다는 둥 별의별 핑계를 대서라도 먹지 않으려는 것과 비슷하다. 감정은 동기를 실현하려는 사람의 활동에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분노·무력감·우울 등 부정적 감정에 휩싸인 한국인에게 당장 필요한 건 정치 세력의 잘 포장된 정책이 아니라, 개인이 심리적 준거집단으로 삼을 만한 공동체들의 회복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서로는 〈새로 쓴 심리학〉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 〈심리학자,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 〈기업가의 탄생〉 등이 있다. 주로 대중을 상대로 한 심리학 교양서를 써왔다.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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