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군이 오래전부터 실시한 ‘워 게임’ 시뮬레이션 결과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면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1993~1994년 이른바 ‘1차 북한 핵 위기’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만든 전쟁 수행 시나리오는 폭격기를 동원해 북한 핵시설을 폭격할 경우, 북한이 전면전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미군은 주한미군 1만7000명과 일본 주둔 미 해병대 1만5000명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이럴 경우 개전 24시간 안에 군인 20만명을 포함해 수도권 중심으로 민간인까지 약 150만명이 사상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한국군이 개전 초기 5일 이내에 예비군 400만명을 소집해 전선에 투입하고, 미국 본토와 전 세계에 흩어진 미국 육군 등 130만명을 후속으로 한반도에 집결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렇게 세계 최고의 화력과 막대한 병력을 집중시키면 개전 1주일 이내 남북한 군인과 미군을 포함해 군 병력만 최소 100만명이 사상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민간인 피해는 더 극심했다. 개전 24시간 이내에 수도권이 북한 장사정 포탄의 무차별 공격을 받게 되면 150여 만명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었다.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서, 1994년 당시 화폐가치로 따져 3000억 달러의 피해가 예상되었다. 이 같은 내용의 피해 예측 시뮬레이션이 나오자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과 주한 미국 대사가 백악관에 영변 핵시설 폭격을 중지해야 한다는 긴급 건의문을 보냈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평양에 특사로 급파하면서 극적으로 전쟁을 모면하고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열 수 있었던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를 상정한 워 게임 시뮬레이션을 통한 피해 산출은 2004년 우리 군이 다시 실시했다. 이때는 10년 전 피해 추정치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전쟁 피해가 예상되었다. 즉 한반도 전쟁 발발 이후 24시간 이내에 서울 수도권 시민과 국군, 주한 미군을 포함한 사상자가 1994년 추정치 150만명에서 230여 만명으로 늘어났다. 또 잿더미로 변한 나라의 재산 피해도 1조 달러에 이르러 한국은 사실상 재기하기 힘든 후진국으로 전락한다는 결론이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