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7000만 민족에게 ‘전쟁의 그림자’가 늘 곁에 있음을 실감케 한 충격적 사건이었다. 불타는 연평도를 지켜보던 국민은 기어코 ‘작은 전쟁’이 발발했음을 알아차렸다. 여기에 일본 교도통신이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책임자가 올해가 가기 전에 경기도 지역에 또다시 포격을 가하겠다고 밝혔다”라고 보도하면서,  전쟁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전면전을 각오하고 북한을 보복 응징하자’는 대북 초강경론도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한반도 전면 전쟁을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재앙으로 받아들인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판단 능력이나 군의 방어 태세 허점 등에 대한 우려나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그렇지만 대북 강경론자들의 주장처럼 전면전을 각오하고 대북 응징에 나서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 1주일여가 지난 12월1일 〈시사I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면전을 불사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3%에 불과했다(26~30쪽 기사 참조). 이는 ‘전면전을 불사’할 경우 한반도에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국민 스스로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합성 시사IN 이정현


 남북이 전면전을 벌일 경우 첨단 무기로 무장한 한·미 양국 군의 막강한 화력과 전쟁 수행 능력의 압도적인 우위로 결국 한·미 연합군이 승리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전문가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남북한 모두 ‘공멸’에 가까운 가공할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 또한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번에 연평도를 향해 북한이 무차별적으로 퍼부은 해안포와 장사정포의 가공할 위력은 전면전 발발 시 최종 승패와 별개로 수도권과 서울 전역이 어떤 상황에 빠질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했다. 

한·미 양국 군사 전문가들은 그동안 남한의 전쟁 수행 능력 우위와 북한의 억지력 우위라는 ‘비대칭적 군사력 균형’이 전면전을 막는 지렛대였다고 본다. 국력과 경제력·외교력·화력 수준 등이 결합된 총체적 전쟁 수행 능력에서 열세인 북한이 대규모 전쟁을 장기간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런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오랜 경제난 속에서도 값비싼 전략무기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유사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공격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다량 개발해 비축해둔 뒤,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무자비한 보복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남북한의 전쟁 ‘작전 계획’을 들여다보니…

그러면 남북한은 각각 전면전에 대비한 군사작전 계획을 어떻게 짜두고 있을까. 먼저 북한은 30여 년 전부터 전면전 작전 계획으로 이른바 ‘5-7 전쟁 계획’을 만들어두었다. 1980년대 마련된 이 계획은 개전 초반 포병 중심으로 장사정포 등을 퍼부은 뒤 기계화 부대를 앞세운 보병의 정규전을 통해 5~7일 이내에 서울과 수도권을 점령한다는 작전 계획이다.

 

 

 

휴전선 일대 지하 벙커에 200여 대를 배치한 채 서울과 수도권을 향해 포문을 열어둔 북한 포병의 240mm 방사포대.

 


북한의 지상군 병력은 보병·포병·기계화부대·특수부대를 합쳐 약 100만명에 이르며, 170여 개 사단 및 여단으로 편제되어 있다. 북한군 전력 중 70% 이상(병력 70만명, 대포 8000문, 탱크 2000대 이상)이 비무장지대에서 160㎞ 이내 지역에 주둔해 있으며, 이 중 60개 사단 및 연대가 평양-원산 라인 남쪽에 배치되어 있다. 핵심 전력의 절반 이상이 비무장지대 인접 지역에 있는 셈이다. 북한군 전력의 상당 부분은 지하 시설에 있으며 전방에만 지하 시설 4000여 곳을 파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순한 북한군 장교들에 따르면 인민군은 휴전선을 따라 서쪽에서부터 제4(해주 방면)·제2(개성 방면)·제5(철원 방면)·제1군단(동해안 방면)을 배치해놓고 있다. 한·미 연합군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인민군의 최초 반격전은 공세가 끝나기 5분 전에 시작된다. 북한 상공을 휘젓던 한·미 연합 첨단 전폭기들이 남쪽으로 기수를 돌릴 때쯤이면 인민군 또한 갱도 진지에 있던 방사포와 자주포 등 야포를 꺼내 일제히 사격한다는 뜻이다. 또 노동미사일과 대포동미사일 등으로 비행장 등 군 시설과 원자력발전소 등을 공격하고, 방사포와 화학탄으로 전방과 수도권을 초토화한 다음, 특수전 부대원 10만여 명을 AN-2 수송기로 저공 남하시켜 수도권을 점령한다. 이와 동시에 6개 항공사단에 배속된 전 항공기가 발진해 한·미 공군 기지와 발전소·계룡대 등 주요 거점을 타격한다.

한·미 연합군의 분석에 따르면 개전과 동시에 가장 위협이 되는 북한군 전력은 포병이다. 북한은 1990년대에 장거리포를 두 배로 늘려 현재 서울을 사정거리 안에 두는 170mm 곡사포 300여 문과 240mm 장사정포(다연장 로켓 발사대) 200여 문 등 대포를 모두 500여 문 보유하고 있다(오른쪽 그림 참조). 북한군은 이들 장거리포를 모두 비무장지대와 인접한 곳에 배치해두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일반 야포는 총 1만2000여 문에 달하지만, 장사정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낡고 사정거리가 짧아 유사시 경기 북부 지역에 집중 피해를 줄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은 평가한다.

 

 

 

 

ⓒ사진공동취재단연평도 도발 후 서해에서 벌인 한·미 연합훈련 때 핵항모 조지워싱턴함 승조원들이 전투지휘소에서 작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개전 초 포병 부대가 포격전을 벌이는 동안, 전방지대에 있는 인민군 보병은 갱도 진지에 숨는다. 인민군은 오래전부터 한·미 연합군이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벌일 때마다 갱도 진지로 들어가 이른바 ‘유생역량(有生力量)’을 지켜내는 훈련을 반복해왔다. 갱도 진지는 산속 지하 수백m 깊이에 있는데 식량과 물, 탄약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미군 전투기의 정밀 타격으로 갱도 입구가 무너져 몰살할 경우에 대비해 각기 다른 입구 3개도 만들어놓고 있다고 한다.

북한 ‘서울·수도권 점령 후 협상 전략’ 채택

2000년대 이후 한국군과 주한 미군의 첨단 무기와 해군력·공군력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자 북한의 전쟁 수행 계획에도 변화가 생겼다. 1990년대까지는 이른바 종심 타격을 통해 서로의 군사력으로 적진을 돌파하는 전쟁만을 상정했다. 하지만 걸프전 이후 대화력전이 전쟁의 중심 개념으로 자리잡는 것을 지켜본 북한은, 과거 전면적인 남침을 통한 점령 방식이던 ‘5-7 계획’에서 ‘제한적 점령 후 협상’ 방식으로 전쟁 대응 계획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전 초기 전투력을 집중 투입해 서울과 수도권을 점령한 뒤 그 상태에서 협상에 들어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남한 전역을 삽시간에 점령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깨달은 북한이 경제력과 인구가 집중된 서울과 수도권을 점령하면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전면전 계획에 대비해 한·미 양국은 5개 작전 계획을 수립해 운용하고 있다. 작전 계획 수립은 모두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주관한다. 한반도 전쟁 관련 작전계획은 모두 앞에 50이 붙는데 이는 한반도를 관할하는 태평양사령부에 부여된 숫자다. 정밀 공습 계획인 작계 5026, 전면전 작전 계획인 5027, 북한 우발 사태 시 개념계획인 작계 5028, 그리고 북한 붕괴 계획인 작계 5029, 전쟁 예비 단계에서 북한 후방 지역을 동요시키는 계획인 작계 5030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작전은 남북한 전면전쟁을 가정한 작전계획 5027이다. ‘5-7전쟁 계획’에 따라 남침한 북한군을 휴전선 이북으로 밀어낸 뒤 반격해 올라가는 내용을 담은 5027은 2~3년마다 수정보완을 거듭하다가, 1994년 북한 정권 붕괴를 기대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고, 1998년에는 북한의 확실한 도발 징후 포착 시 선제공격, 2002년에는 도발 징후 포착 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포함한 수뇌부 제거 및 선제공격 개념이 반영되었다. 2004년에는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비책이 추가되었다.

최근에는 북한 붕괴 계획인 작계 5029와 연계된 작계 5026이 주목받는다. 북한이 ‘미제의 북침 전략’이라며 가장 크게 반발하는 작계이기도 한 5026은 북한 수뇌부에 대한 족집게식 제거 작전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유사시 전방 지역의 북한 장사정포를 정밀 공격해 수도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북한 정권 수뇌부에 족집게 공격을 가해 전쟁 지휘 능력을 조기에 무력화하며 △핵 및 생물화학 무기, 미사일 기지 공군 기지 지휘소 통신 시설 등을 정밀 타격하여 전쟁 수행 능력을 조기에 마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B-2 스텔스 폭격기와 F-117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 전면전 없이 핵심 전략 목표를 정밀 타격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항공모함 칼빈슨함과 LA급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으로 북한 방공망을 무력화한 뒤, F-15 전투기 등에서 발사되는 제이담(JDAM) 위성 유도 공대지 미사일로 개전 약 두 시간 이내에 북한 장사정포 진지를 포함한 850여 기의 전략 목표를 무력화시키면서 북진을 수행한다는 전쟁 수행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스마트 폭탄이라 불리는 제이담은 F-15 전투기에 장착한 뒤 위성 항법장치에 따라 미리 입력된 북한 장사정포 지하 갱도를 파괴하는 고성능 폭탄이다. 한국군은 2006년까지 제이담 폭탄 1000여 기를 미국에서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작전은 부시 정부 당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필두로 하는 네오콘 세력이 적극 주창한 전쟁 계획이었다. 이들 네오콘은 이렇게 북한을 일거에 공격하고 나면 북한이 패닉에 빠져 반격 의지를 상실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 같은 선제 전쟁 수행 전략은 당시 한국 정부의 반대와, 미국 내 군사 전문가들의 비판에 밀려 수행하지는 못했다. 당시 참여정부는 미국의 이런 공세적 전쟁 수행이 남북한 민족의 파국을 몰고 올 것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 선제적 타격 전략 세워

이렇게 되자 미국은 일본과 독자적으로 북한 영변 핵시설을 타격하겠다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24~25쪽 기사 참조). 그렇지만 이 전략 역시 미국 내 군사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쳐 시행하지는 못했다. 당시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영변 원자로와 핵 재처리 시설은 고정 목표라 타격이 가능하지만, 이미 북한이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핵폭탄과 플루토늄 저장 시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 △이미 제조된 핵폭탄과 플루토늄 저장 시설 위치를 파악했다 한들 미군이 보유한 벙커버스터 폭탄에 대비했을 텐데 타격이 가능하겠느냐는 점 △정밀 타격으로 핵시설을 폭발한다고 해도 광범위한 방사능 낙진이 발생해 동해를 거쳐 한국과 일본까지 오염시키는 재앙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이것이 비현실적인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정일 위원장을 타깃 삼아 타격할 경우 광적으로 흥분한 북한 지도부가 남한과 일본의 원자력발전소를 타격할 우려가 있고, 화학무기와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과 소형 포탄이 서울로 날아들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미국 네오콘의 무책임한 전쟁 도발 시나리오로 배척을 당했다.

 

 

 

 

ⓒXinhua7월26일 남중국해에서 한·미 합동훈련에 대응해 미사일 발사 훈련을 벌이는 중국군.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공세적 대북 군사 작전 개념은 군에서 다시 부활했다. 2009년 초 국방부는 대통령에게 우리 항공 전력으로 북한의 영토를 타격한다는 선제적 타격 전략을 보고했다.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이 내용은 곧바로 언론에 크게 알려졌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군이 운용하던 작전 예규, 위기 유형별 대응 매트릭스, 각종 국지 도발 계획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초강경 계획이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의 영토를 직접 선제 타격하는 구체적 계획이 수립된 것은 적어도 지난 10년간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아울러 ‘북한 급변 사태 대비 계획’이라는 이른바 ‘부흥 계획’까지 수립한 사실이 흘러나왔다. 이것이 수정된 5029 계획안이다. 군부 내 강경론자들은 이렇게 하면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사력 우월주의’에 입각한 ‘북한 굴복시키기’가 남한의 국방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북한 군부는 남측의 군사 대비 태세를 시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도발을 시도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그 결정판이나 다름없다.

전면전을 불사하고 북한을 압박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으니 군사적 압박을 가하자는 강경론자들의 주장은 미군을 끌어들인 다음, 정밀 타격과 화력전을 통해 무력으로 북진 통일을 달성하자는 주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전면전 불사론자 중 일부는 만일 미군이 결심만 하면 북한 수복은 물론 만주까지 치고 올라가 잃어버린 고토를 회복할 수 있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펼친다.

그러나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중국이 자동으로 북한을 도와 개입하리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는 우리 군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중국은 1961년 북한과 체결한 ‘조·중 상호원조 조약’의 자동 개입 조항에 따라 북한 영토가 침략을 받았을 때 군사력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되어 있다. 합참에서는 유사시 중국의 지원 규모에 대해 중화인민군 18개 사단 40여 만명과 항공기 800여 대, 함정 150여 척이 북한군을 도와 참전할 것으로 분석한다. 군사 평론가 김종대씨는 “연평도 포격 사태 후 핵항모 조지워싱턴함이 서해에 뜨면서 중국 내 여론 주도층 대다수가 ‘서해가 제2의 타이완해협이 됐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쟁도 남북한 전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미국과 중국이 맞붙으면서 국제전 성격으로 변했듯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또다시 미·중 간 대리전으로 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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