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Newsis
미군 병사가 아프가니스탄 와르닥 산악 지역의 하지안(Hajian) 마을을 정찰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게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골칫덩어리 ‘아프간 전쟁’과 관련해서다.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을 폭로해 전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한국 관련 내용 중, 미국 대사관이 한국 정부에 총 5억 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외교 문서는 지난해 8월 6일 주한 미국 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것으로 “한국 정부는 병원 및 훈련 센터 건립, 구급차, 오토바이, 경찰 훈련 인력 등을 포함한 더 많은 지원과 훈련을 아프간에 제공할 계획이지만 우리는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사관은 “특히 아프간 육군에 대한 재정지원을 위해 5년 간 매년 1억 달러를 지원할 것을 한국에 요청했다”면서 “한국 정부는 지방재건팀(PRT) 지원을 계속 고려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환영하지만 PRT에는 자체 방어할 수 있는 군병력이 포함돼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지난해 8월, 하워드 버먼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의 방한에 앞서 배경 설명차 보낸 것으로, 보안 등급이 ‘비밀’로 분류돼 있다. 

2010년 정부의 ‘예비비’ 지출 현황을 살펴본 결과, “아프가니스탄 재건활동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1394억원이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국회 외교통상위원회)이 〈시사IN〉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외교통상부·국방부·경찰청 등의 부처로 지출되었는데 특히 외교부 산하 기관인 국제협력단(KOICA)에 ODA(공적개발원조) 명목으로 954억원이 지원되었다. 따라서 국제협력단의 당초 예산(228억원)에 이 예비비를 합치면 총 1182억원이 올해 아프가니스탄 ODA로 제공된 셈이다.
이는 통상적인 ODA 규모에 비해 이례적으로 큰 액수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제공해온 ODA 규모는 적게는 20억원에서, 많아도 300억원을 넘지 않았다. 국제협력단측은 “군 막사 등 시설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2월 국회에서는 야당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파병동의안이 통과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재건 및 복구지원을 목적으로 파견되는 대한민국 지방재건팀(PRT)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이었다. 박주선 의원은 “개발 재원으로 사용되어야 할 ODA 자금이 PRT 부대 건축과 군 운영경비로 사용됨으로써 원조의 군사화를 초래했다. 이것이 아프간 사회의 평화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위키리크스〉 외교문서에 표현된 대로 우리 정부는 미국의 “PRT에는 자체 방어할 수 있는 군병력이 포함돼야 한다”는 요청에 부응해 350명 규모의 군대를 파견했다. 하지만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대로라면 5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이다. 파병기간은 2012년까지. 우리 정부는 올해 예비비로 서둘러 1394억원을 지원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할지 두고 볼 일이다. 내년도 이뤄질 국회의 결산 심사 과정에서 예비비 외에 추가로 각 부처에 숨어있는 ‘아프간 관련 지출’이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한편 외교부는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정당한 경로로 유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언급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