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하늘을 등지고 살고 싶어. 자유를 알고 싶어 더 높이 플라이 플라이. 나만의 생각이 있어 나만의 인생이 있어. 감옥 같은 그때 추억하기 싫어. 영원히 바이 바이 바이. 너만의 생각 집어쳐. 너의 그 핑계 집어쳐. 죽도록 고통스런 날들로 가득할 테니까”

11월27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JYJ 월드와이드 콘서트 인 서울’에서 JYJ는 미발표곡 ‘피에로’를 선보였다. JYJ측 한 관계자는 콘서트 며칠 전 “현재의 심경을 담은 미발표곡이 선보일 것이다. 미리 들어봤는데, 쎄다”라는 귀띔을 했다. 그래서일까. 이날 공개된 이 노래는 전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를 ‘겨냥’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줬다. 지난해 7월 동방신기의 멤버였던 재중, 유천, 준수는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팀을 떠나 본인들의 이름 앞머리를 따 JYJ라는 팀을 꾸렸다. 그리고 지난 10월12일 월드 와이드 앨범 〈The Beginning(더 비기닝)〉을 내놨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동방신기’를 넣으면 여전히 유노윤호·영웅재중·믹키유천·시아준수·최강창민 다섯 멤버의 이름이 검색된다. 하지만 오늘날 다섯 멤버로 구성된 동방신기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SM은 멤버 보강 없이 남은 두 멤버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2명만으로 내년 1월 즈음 동방신기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JYJ와 SM은 일 년여 넘게 지리한 법정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JYJ는  ‘13년 종신계약’ ‘음반 판매 0.4~1% 수익 배분’ 조항 등이 불공정 계약에 해당한다며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SM은 ‘2009년 7월까지 현금만 110억 원 지급’ ‘외제차 제공’ 등 동방신기에 대해 최대한의 예우를 해왔으며, 스케줄도 충분히 협의해 왔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본안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SM은 3인의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SM은 올해 4월  “계약 유효를 확인하고 활동중단에 대한 손해액 22억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그 와중에도 JYJ는 활동을 지속했다.  이번 콘서트는 국내외 팬 7만 여명을 동원하는 성황을 이뤘다. JYJ 측은 지난 10월 발매된 음반의 경우 선주문만 50만장 가량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이 활동하는 동안 공중파, 케이블 TV 등 대중매체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JYJ 멤버 중 한 명인 유천이 출연 중이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성스)〉 정도만이 전파를 탔다. 이에 대해 JYJ 팬들은 모종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팬들이 이러한 주장을 한 첫번째 이유는 JYJ 멤버가 참여한 〈성스〉 OST의 음원유통이 석연찮은 이유로 한 달 가까이 늦춰졌기 때문이다. 〈성스〉 제작사인 래몽래인은 ‘SM 개입설’을 제기했다. 당시 〈머니투데이〉는 한 음원 유통 관계자의 말을 빌어 “KMP 홀딩스(SM·YG·JYP엔터테인먼트 공동설립)로부터 〈성스〉 OST를 유통할 경우 KMP홀딩스 소속 가수의 음원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이후에도 SM과 JYJ의 ‘악연’은 계속됐다. SM은 JYJ의 신보 〈더 비기닝〉 발매를 앞두고 판매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가 이를 취하하기도 했다. JYJ 팬들을 분노하게 했던 결정타는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문산연)의 공문 한 장이었다. 지난 10월 문산연은 ‘JYJ 대한 방송섭외 및 출연 등의 자제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방송3사와 케이블에 내려 보냈다.

문산연은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드라마제작자협회,영화인회의,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한국뮤지컬협회,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게임산업협회,한국광고모델사업자협회 등 8개 연예산업 사업자가 2008년 3월26일 결성한 단체이다. 2009년 7월14일 문광부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 

문산연 측은 JYJ의 ‘이중계약’을 문제 삼았다. 아직 소송이 진행되는 중이어서 계약 해지가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JYJ가 매니지먼트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은 것은 이중계약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문산연이 특정 연예인에 대해 '방송 출연 자제 요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문산연 측 관계자는 "문산연은 설립된 지 2년여밖에 안된 단체이다. 문산연  설립 이전에 회원사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가 탤런트 박신양과 박보영의 계약 분쟁 소송 등과 관련해 방송 출연 자제 의견을 표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 연예계의 불공정 계약 점검 예정


그러나 JYJ 팬들은 이런 문산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SM 불공정계약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은 "문산연이 본인들의 기득권 체계에 대항한 연예인에 대해 보복성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또 다른 이탈자가 없도록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10월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장을 제출했다. 'SM 불공정계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난해 9월 SM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SM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소속 연예인인 동방신기 멤버에 불이익을 주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JYJ측은 "SM과의 분쟁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라면서도 “SM이나 문산연의 주장처럼 JYJ 멤버들이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중계약이라 볼 수 없다”라는 주장을 폈다. JYJ의 경우 홍보(프레인)·매니지먼트(씨제스)·음반유통(워너뮤직코리아) 등으로 업무를 나눠 대행하고 있으며, 이는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소속사가 아닌 에이전시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JYJ 측은 방송 활동과 관련해 팬들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JYJ측 한 관계자는 “이번 JYJ의 〈더 비기닝〉 앨범은 애초에 월드 투어 개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굳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고도 공연으로 승부함으로써 ‘퍼포먼스형 아티스트’로 자리를 잡는다는 게 JYJ의 컨셉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방송국에서 최근 섭외 요청이 오기도 했지만, 스케줄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는 12월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동방신기-JYJ 논란을 계기로 연예인들의 계약 실태를 점검하는 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불공정 계약과 방송 출연 금지 외압 등 JYJ를 둘러싼 그간의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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