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를 망라하고, 적어도 현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국가 안보와 위기 관리를 맡기는 게 불안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우선 북한이 갖고 놀기에 딱 알맞은 게 현 정권이다. 천안함 사건 이래로 이 정부가 했던 허언들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첫 번째 거짓말은 5월24일 정부가 천안함 후속대책을 발표할 때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즉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한다”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북한이 반발하고 주한 미군도 난색을 표명하자, 6월 말 슬그머니 이를 취소했다. 괜히 확성기 설치하느라 예산만 날렸다.

두 번째 거짓말은 6월3일 국방부가 “한·미 연합훈련을 6월 초로 앞당겨 실시할 계획이며, 조지워싱턴호가 요코스카 항을 6월5일 출항해 7일께 서해에 도착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 이 발표가 나가자 놀란 미국 국방부는 이튿날 제프 모렐 대변인을 내세워 “게이츠 장관은 항공모함을 한반도에 파견한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당분간 그 같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도 않는다”라고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평도가 피격당한 11월23일 저녁 이명박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를 찾았다.

세 번째 거짓말은 11월23일 연평도 교전 사태가 있고 나서, 이명박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군에 “확전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시는 분명히 있었다. 그러니 공군의 F-15K 편대가 해병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멀거니 공중에서 지켜본 것이지, 오히려 없었다면 이상한 일 아닌가?

‘확전 방지’는 어리석은 행동

앞의 거짓말 두 건이 북한에 준 신호는 명확하다. “남측 얘기는 다 허풍이다”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세습기에 북한의 모험적 군사주의가 연평도 사건을 일으킨 원인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 같은 모험주의가 들어오도록 남측이 열어준 틈새가 더 커 보인다. 세 번째 거짓말은 아예 평양이 연평도 사건을 ‘승전’으로 선언해도 무방할 만큼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확전 방지’는 우리가 차분하고 조용하게 사태를 관리하는 내부 지침이지 밖으로 뱉을 말은 아니었다.

네 번째 거짓말은 진행 중이다. “일선 지휘관에게 하달되는 교전 규칙 때문에 단호한 군사적 조치가 어렵다”라는 식의 청와대발 설명이 그것이다. 이건 사실을 이만저만 왜곡하는 게 아니다. 교전 규칙이란 유사시 일선 지휘관이 신속·단호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사전 지침이다. 연평도 사건의 경우 해병 6여단장에게 적용되는 지침인데, 6여단장이 할 수 있는 단호한 대응이란 게 자주포를 더 발사하는 것 말고 뭐가 있겠나. 교전 규칙보다 훨씬 막강한 권한을 지닌 국군 통수권자는 교전 규칙과 무관하게 단호한 대응을 지시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런 대통령이 교전 규칙을 언급한다? 이건 사태가 미흡하게 처리된 원인이 대통령이 아닌 전투지휘관들에게 있다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교묘한 장치일 뿐이다.

이 말이 있고 나서 일선 지휘관들은 “교전 규칙의 문제가 아닌데, 왜 이런 논란이 나타날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군 일각에서나 시중에서나 “요즘 대통령이 왜 저러지?”라며 어리둥절할 정도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더 많은 장병이 고귀한 생명을 잃을 것 같다. 북한 못지않게 이 정권이 불안하다.

기자명 김종대 (군사 평론가·〈D&D 포커스〉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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