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한나라당 국회의원.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보좌역. 전 이명박 선대위 전략기획총괄팀장.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정두언 의원은 바빴다. ‘이명박 당선자의 최측근’ ‘이명박의 복심’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는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대선 다음 날인 2007년 12월20일 인터뷰 섭외를 위해 SBS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스튜디오를 오가며 대선 특집방송과 정시 뉴스, 〈김승현·정은아의 생방송 좋은 아침〉까지 무려 세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었다. 

애초 정 의원과 〈시사IN〉의 인터뷰는 12월21일에 진행되어 15호에 실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터뷰 시간에 그는 급한 호출을 받고 광화문 안국포럼 사무실로 가야 했다. 마감이 다급했지만 그를 빼올 수가 없었다. 그를 부른 사람은 이명박 당선자였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인터뷰는 결국 이번 호로 연기되었다. 그러고도 약속 시간이 두 번 연기되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서야 겨우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를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 수행비서관은 그가 하루에 300여 통 가까운 인터뷰 요청 전화나 각종 인사 청탁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실제로 인터뷰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전화가 수시로 걸려왔다.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할 중요한 전화도 많은 것 같았지만 그는 웬만한 전화는 받지 않았다. 유일하게 받은 것이 당선자 비서실장인 임태희 의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정치권에서는 “정주영에게 이명박이 있었다면, 이명박에게는 정두언이 있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명박의 이명박’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하는 스타일이 당선자를 닮아 ‘이명박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그에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벌써부터 이명박 당선자를 둘러싼 각종 세력으로부터 견제당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 의원의 위상은 확고하다. 그러나 인수위 구성 전후로 그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대선 50일 전 인터뷰에서 보였던 거침없는 언변을 이번에는 볼 수 없었다. 

〈시사IN〉 15호에서 ‘이명박 정부가 넘어야 할 아홉 고개’로 제시한 과제에 대한 정두언 의원의 답변을 들어보았다. 아홉 고개로 제시한 과제는 ▲‘이명박 특검’이 될 BBK 특검 ▲‘여소야대’에서 맞는 총리 인사청문회 ▲한나라당 개혁과 ‘이명박당’ 만들기 ▲‘이명박당’의 비주류 박근혜 전 대표 ▲‘이회창당’ 혹은 ‘정통 보수’의 딴죽 걸기 ▲‘경제 살리기’ 기대감에 들뜬 국민 ▲계륵이 되어버린 ‘한반도 대운하’ ▲취임식 44일 뒤에 치러지는 총선 ▲이명박 스스로가 문제 등이었다.  BBK 특검이 가장 큰 고비가 되지 않겠나?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대처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2001년 김대중 정권에서, 2007년 노무현 정권에서 마무리된 사안이다. 달라질 것이 없다. 불필요한 국력 낭비다. 두 정부가 이명박을 봐줬겠나?BBK 동영상에 대해서는 당선자 본인의 해명이 없지 않았나? 그것 때문에 특검을 하나? 내가 삼성전자가 내거다라고 하면 내 것인가? 실체적 진실이 중요하다. 강의하다 헷갈렸다고 특검을 하나?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헷갈렸던 것을 또 헷갈렸을 뿐이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세게 할 거리가 없다. 이제 국민도 관심이 없다. 잘못하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유시민 의원이 총리 등 신임 각료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반대한다면 난항을 겪지 않겠나? 그것도 역풍을 맞을 것이다. 잘하는 쪽에서 반대하면 모를까. 잘하지도 못하면서 발목을 잡는다고 비난을 들을 것이다.

한나라당도 김종필 전 총리를 비롯해 장상·장대환 등의 전력을 문제 삼으며 총리 인준을 거부한 전력이 있지 않나? 너 잘못했으니까 나도 잘못하겠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도와줄 일은 도와줘야 한다. 당 개혁은 어떻게 진행되는가?이명박식 변화는 급격한 변화가 아니다. 점진적인 변화다. 한참 지나고 나면 많이 변화된 걸 알게 될 것이다. 당은 일단 변화보다 화합을 먼저 추구할 것이다.

박희태 의원이 ‘당정 분리’ 문제를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다시 당내 분란이 커지는 것 같다. 박희태 의원의 이야기는 원론적이고 옳은 얘기다. 다만 때가 맞지 않았을 뿐이다. 국정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정 관계가 유기적이어야 한다.  공천을 앞두고 당내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선거 앞두고 공천을 놓고 세력 간 다투는 것은 언제나 있었던 일이다. 어디나 있는 일을 가지고 경선의 연장선상에서 큰 갈등으로 부각하는 것은 과장된 것 아닌가. 언론은 심각하게 보고 싶겠지만 심각하게 볼 일 아니다. 대선 과정에서 공을 세울 기회가 없었던 의원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 대선은 공중전이다. TV토론·광고 등이 중요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할 일이 별로 없다. 돈과 조직으로 하는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의원들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평시가 되면 의원들이 중요하다. 당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이회창 신당’의 성패에 대해서 어떻게 예상하나?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나?명분이 없다. 출마 자체가 명분이 없었고 당을 만드는 것은 더더욱 명분이 없다. 처음에는 후보가 불안해서 나왔다고 했다. 그 불안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이제 당에 복귀하든지 끝을 내든지 해야 한다. 보수의 분열을 초래하는 것은 더 이상 명분이 없다고 본다. ‘이회창 신당’이 몇 석이나 얻을 것 같나? 몇 석까지? 글쎄.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국민은 ‘국정 안정’을 바란다.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분 말은 이제 못 믿겠다. 다 거꾸로 되었으니까.

ⓒ뉴시스정두언 의원(위)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보좌역으로 정권 인수업무 실무를 관장하고 있다.
개혁 과제로 공공 부문 축소와 정부조직 개편을 이야기했다가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공무원 정원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수습했다. 개혁 의지가 약한 것 아닌가? 김형오 의원 개인 의견이다. 초기라 혼선이 있는 것 같다. 당선자가 결정되지 않은 것을 언론에 알리는 것을 금지시켰다. 과거 다른 정부 인수위에서도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것이 미리 알려져서 혼선이 빚어지곤 했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 각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었다. 반면 정부 부문은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비대해졌다. ‘자기 희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은 것 같다.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10년 동안 ‘무능 정부’ ‘좌편향된 사회’를 겪은 것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웬만큼 해서는 잘했다는 소리를 듣기 힘들 텐데, 부담스럽다. 어디서 점수를 따서 국민의 기대를 만족시키겠는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과학 클러스터 단지, 새만금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진행할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사실 부담스럽지 않나? 부담 없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간과하는 면이 있다. 대형 프로젝트는 타당성 조사를 거친다. 그런 후에 진행할 것이다. 당선 전후로 어떤 일을 했나? 당선되기 전부터 이후를 준비했다. 미리 준비해서 당선된 후에 바로 보여줄 것이 필요했다. 비서실 보좌역에 임명되었다. 어떤 역할인가? 언론에서는 ‘리베로’ 역할이라고 하던데. 축구도 아닌데. 리베로라는 표현은 조금 어색하다. 인수위 준비를 했는데 내가 들어가면 이상하지 않겠나. 훌륭한 분이 많은데 다 참여시키지 못해서 미안한 점이 많다. 나부터 참여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내가 불쌍했는지 당선자가 보좌역이라는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과거 대통령과 비교해서 이명박 당선자의 인사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추상적이지 않고 실용적이다. 이 사람이 ‘일머리’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가령 문화부 장관이라고 하면 식견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일을 추진해낼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본다.

당선자는 정두언에게 ‘일머리’가 있다고 판단해서 중용하는 것일까? 당선자와 정 의원은 어떤 관계라고 보는가?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당선자는 정치적으로 외로운 처지였다.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나 마치고 나와서나 지지하는 의원이 거의 없었다. 이상득·이재오·정두언이 있었을 뿐이다. 내가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내 일도 줄었다. 어찌되었건 당선자의 최측근 아닌가? 나더러 당선자의 측근이라는데 잘 이해가 안 간다. 나는 당선자 옆에 있어본 적이 거의 없다. 이번 대선 기간에도 내 지역구인 서대문에 왔을 때 잠시 수행했을 뿐이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나에게 연락해 상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오늘 후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게 무슨 측근인가? 실무자 위주로 구성될 것이라던 인수위에 정치인이 대거 포함되었다. 왜 바뀌었나?정치인도 전문성이 있을 수 있다. 정치인이 포함된 인수위안 보고서를 만들었나? 나는 기본 자료를 준비했을 뿐이다. 선택은 당선자가 했다. 정치인이 포함되었다는 것은 어떤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었나? 정책적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정무적인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회창 전 총리와 가까운 홍문표 의원을 인수위에 넣은 것을 두고 ‘발목잡기용’이라는 해설이 있다. 전문성을 감안한 인선인가?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4년 동안 활동했다. 전문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본인의 정치적 과제는 무엇인가? 지역구(서대문 을) 관리를 못해서 지역구 관리 좀 해야 한다. 우리 지역구에서 정동영 전 의장이 출마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선거다운 선거 좀 치렀으면 좋겠다. 박영선 의원이면 거저먹기인데, 그건 싫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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