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4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 북한의 연평도 폭격으로 정치권의 모든 이슈가 쓰나미처럼 한반도 전쟁 공포로 쓸려갈 때,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흥미로운 의견을 개진했다. 4대강 사업, ‘반값’으로 가능하다!

‘강기갑 계산법’(경실련 공동 분석)에 따르면 이렇다. 먼저 정부가 책정한 4대강 공사비 중에서 준설 비용 3조8000억원과 준설토 처리비용 1조2000억원을 합한 5조원은 들이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다. 4대강 공사의 핵심은 강바닥 모래를 파내 인근의 논밭에 트럭으로 운반하고, 그 모래더미로 인해 농경지가 평균 2.5m ‘공중 부양’하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다. 하지만 이 비용을 ‘시장’에 맡기면 한 푼도 들이지 않을 수 있다. 도리어 돈을 벌 수 있다. 건설사 처지에서 강 모래는 귀하디 귀한 골재. 과거 경제개발 시대에는 강바닥의 모래를 마구 퍼내 썼지만, 환경문제가 대두한 뒤에는 법이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공사 현장에서는 바다 모래를 정제해 쓰는 경우가 많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이 4대강 공사장의 준설토를 ‘황금 모래’라고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뉴시스강기갑 의원이 11월24일 국회 예산결산위 회의장에서 ‘4대강 사업 반값에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사에 맡기면 자기들이 알아서 모래를 파가고 공사 현장으로 실어 나를 것이기 때문에 적치 비용도 들지 않는다. 정부로서는 골재(모래) 매각 대금을 챙길 수 있으므로 4대강 공사비도 충당할 수 있다. 정부가 추산한 준설량은 5.2억㎥. 1㎥당 1만원으로 치면 최하 2조원(준설 경비 제외)은 수입으로 잡힌다.

사실 이 같은 논리의 원조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운하 공약’을 내걸면서 “골재를 팔거나 민간 자본을 유치하면 국민 세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공언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골재 매각 대금으로 8조원을 추산했다. 이런 계산법에 착오가 생긴 것은 순전히 속도 때문이다. 임기 내 공사를 끝내려다 보니 시장에 이를 맡길 여유가 없는 것이다.

4대강 사업, 복지 예산 빨아들이는 블랙홀

여기에 더해 강기갑 의원은 낭비 요소를 한 가지 더 지적했다. 4대강의 전국 170공구에서 발생한 낙찰 차액. 당초 총사업비로 책정된 금액과, 실제 입찰 결과 계약된 금액의 차이가 총 2조3000억원이나 된다. 이 돈은 국가재정법상 ‘회수(감액)’되어야 하고, 내년도 4대강 예산안에서 삭감해야 맞다. 다만 필요한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 낙찰 차액을 사용해야 한다. 이 점을 강 의원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따져 물었지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련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정리하면, 총 9조3000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강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내년도 질병관리본부가 요구한 어린아이들 예방접종 예산 675억원 중에서 531억원이 삭감돼 144억원이 되었다. 4대강 사업은 청와대 시각에서는 첨단사업일지 몰라도, 복지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사업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도 4대강 예산(9조6000억원) 전액 삭감 입장인 강 의원은 4대강 구조물 해체 및 생태계 복원을 위한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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